다시 메리크리스마스!
작년 크리스마스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딱 1년이 지났다.
언제나 브런치는 내 맘 속에 있었지만 글을 쓸 여유도 여건도 되지 않았던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오늘까지 일 년동안 수만 가지의 일들이 내 앞을 지나갔고,
난 그 일들을 하나씩 겪으며 일년을 보냈다.
인생 2막의 시작을 F&B시장에 도전하며 새롭게 나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내가 처음 이혼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하는 듯했다.
주변에 친정이 부유해서 이혼하고 몸만 가도 아무 걱정없는 형편의 언니들이 그렇다고 부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능력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가족이니까 걱정한다는 말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다.
멀쩡하고 튼튼한 사지에 건강한 정신력만 있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난 누군가가 이혼한다고 하면 '넌 뭐든 잘 할거야'라고 앞뒤 따지지 않고 격려한다.
내가 겪어보니 이 말이 최고의 위로였던 거 같다.
'니가 어쩌니 저쩌니...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게 상대를 얼마나 괴롭히는 것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그동안 공부만 해서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다들 착각하는거 같았다.
난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내가 두려운 것은 포기이다.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아직 내 날개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겐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가족들은 내가 이혼하고 당분간 쉬면서 여행도 하고 세상을 넓게 보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했다.
물론 인간에게, 아니 적어도 갓 이혼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간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누가 날 경제적으로 지원해줘서 내가 쉬면서 여행도 할 수 있을까?
쉬고 나면 그 이후의 삶은 또 누가 책임져 줄 수 있나? 부모? 형제? 아니다.
말은 참 쉽다.
누구나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고 살고 싶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40대가 되면서 시간은 돈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더 지체할 수 없다. 나에게 남은 반평생을 40대에 준비해야 하기때문에 내 맘은 늘 촉박하다.
내 노후를 책임질 남편도 믿을 자식도 없기에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
최소한 내 노후는 베풀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혼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고민을 참 많이 했다.
내가 그동안 쭉 해온던 '교육'은 식상했고, 전망도 없어 보였다.
나를 다시 자극시켜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필요했고, 난 외식업 사업을 작년 겨울 시작했다.
딱 1년이 오늘로 흘렸다.
점포 3개를 오픈했고, 코로나 시국에 다들 힘들어서 폐업을 하는 최악의 환경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외식 브랜드로 일년만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우리 회사를 M&A하고 싶다는 회사까지 연락이 왔다.
우리의 성장가능성을 본 것이다.
일년 전 크리스마스 때는 대학에 갓 진학한 새내기같은 맘이였다면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생같은 맘이다.
일 년동안 쉬어본 날은 코로나 백신 맞은 날 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 날은 왠지 나에게 허용된 쉬는 날만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오늘 난 3차 백신을 크리스마스에 맞았다. 오늘은 맘 편히 쉬고 싶어서...^^
이렇게 쉬니까 일년만에 브런치에 글도 써본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