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1.03.10
절기 중 가장 맹신하는 것이 경칩이다. 연말이면 한 해동안 한 게 없다며, 남들은 다 즐겁게 보내는 것 같은데 나는 만날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침울해진다. 해가 지나면 또 그것대로 일이 없어 괴롭고, 마음도 경제적 상황도 가난한 한 해가 될까 불안해서 침잠한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우울과 자책과 회피가 나를 공기처럼 감싼다.
그러다 좀 살겠다, 싶어서 보면 언제나 경칩 즈음이었다. 개구리가 깨어난다고 했는데 정말로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그랬다. 대체 왜?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태어난 해의 경칩 날을 확인해봤다. 1982년 3월 8일. 나는 1982년에 경칩 다다음날에 태어났다. 말 그대로 정말 깨어난 거였다.
생일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데(여러모로 축하를 받는 게 부끄러워서) 이 사실을 알고는 좋아하기로 했다. 나는 봄이 깨어나는 때에 태어났고, 그 사실이 매년의 나를 일으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