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0.
오늘은 너희 외할머니가 다녀가셨어.
아픈 엄마를 위해 점심상도 차려주시고, 밀린 설거지에 저녁 반찬까지 한가득 해주고 가셨단다.
많이 놀라셨을 거야. 손자를 품고 있는 당신의 딸내미한테 병원에서 입원 얘기까지 꺼냈다 하니, 분명 그러셨겠지.
그나마 엄마가 하루 묵혔다가 말씀드린 건데, 외할머니가 당장 달려오겠다 하시는 걸 겨우 말렸다고 하더라고. 사실 오복이가 생기기 이전에도 엄마에게 큰 일이 있어서 외할머니가 이미 놀라셨던 전적이 있단다. 그런 엄마가 또 아프다니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겠어.
그렇지만 참 다행이야. 우리 오복이는 꿋꿋하게 잘 자라고 있대.
누워있는 엄마 배에 가만히 귀를 대보면 네가 느껴져. 지금은 딸꾹질을 하는 모양이야. 규칙적으로 움찔, 움찔, 하는 것이 엄마 배를 넘어 아빠에게까지 닿아.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낀다는데, 아빠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서 이틀에 한 번꼴로 겨우 듣는 것 같아.
볼록한 배 안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작은 진동. 그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기한지 몰라. 네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며 숨쉬기 연습을 하는 소리라는데, 오복이가 언제 아빠와 같은 경험을 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직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
그런데 앞으로 몇 날은 아빠가 오복이의 딸꾹질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외할머니가 제안을 하나 해주셨거든. 이참에, 남은 12월만이라도 엄마가 친정에 들어와 있는 게 어떻겠느냐고. 아빠는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였어.
그렇잖아도 사실 아빠는 엄마가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불안했어. 아빠가 회사에 가 있을 동안에는 영락없이 엄마가 혼자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그 시간에는 외할머니에게 좀 와주십사 부탁을 드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어. 하지만 아예 엄마가 친정에 들어가는 건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
당황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외할머니 말씀이 백 번 옳은 것 같아. 물론 연로하신 외할머니 몸은 조금 고되시겠지만, 엄마가 눈 앞에 있으니 마음은 훨씬 편하실 거야. 게다가 엄마 입장에서도 언제든 병원으로 함께 달려가 줄 수 있는 보호자가 24시간 곁에 있는 셈이지.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혼자 안 좋은 생각에 가라앉지도 않을 테고 말이야.
지금은 밤이 깊었으니, 내일 날이 밝아지면 외할머니께 연락을 드릴 거야. 말씀대로 하자고 말이야. 엄마 배를 쓰다듬으며 오복이의 딸꾹질을 느끼는 행복은 잠시 미뤄야겠지만, 너와 엄마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어제도 아빠가 말했지. 엄마 아빠는 오복이를 너무나도 보고싶어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오복아, 좁지만 따뜻한 그곳에서 부지런히 숨쉬기 연습을 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주련. 엄마는 외할머니 옆에서 몸조리를 잘하고, 아빠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오복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게.
가장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