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 햇님생일

2025. 12. 16.

by 간장밥

오늘은 아빠의 올해 첫 번째 생일이야.


우리나라에는 째깍째깍 시계가 두 개 있단다. 하나는 햇님시계, 또 하나는 달님시계야. 어른들은 이걸 양력과 음력이라고 불러.


아빠의 오늘은 햇님시계로 보면 생일이고, 달님시계로는 아직 몇 밤을 더 기다려야 생일이 돼. 다시 말해, 아빠는 일 년에 생일을 두 번씩 맞이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어. 이게 왜 호사냐면, 생일이란 건 대개 누구에게나 아주 즐거운 기념일이거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생일을 두 번씩 챙기지는 않아. 대부분은 둘 중 하나를 정해서 한 번만 기념해. 이건 누가 맞고 누가 틀린 문제는 아니야. 왜 좋은 날을 한 번만 지내냐는 말도, 태어난 건 한 번인데 왜 두 번씩 기념하냐는 말도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니까. 그저 각자의 기준이 조금 다를 뿐.


네가 살아갈 이 세상에는 의외로 '틀림'은 별로 없단다. 언뜻 보면 틀린 것 같아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지 '다름'인 경우가 훨씬 많아.


그럼 아빠는 왜 유별나게 생일을 두 번이나 챙기냐고? 별 거 아니야. 그냥 젊은 시절 아빠 나름의 규칙이 있었거든. 햇님시계가 가리키는 날은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보내고, 달님시계가 가리키는 날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축하하기로 말이야.


그래서 엄마와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햇님시계에 맞춰 생일파티를 했어. 날짜가 넘어가는 12시 자정에 맞춰서, 촛불 붙인 케익을 들고오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던 엄마의 모습이 선해. 촛불 뒤로 일렁이던 엄마의 미소. 쑥스럽고 민망하면서도 어찌나 좋던지. 내가 이 사람한테 이렇게 호사스러운 챙김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코끝이 찡했단다.


그러다 엄마랑 결혼을 하고 가족이 된 후, 우리는 달님시계에 맞춰 생일상을 차리고 있어. 이제 엄마랑 아빠는 가족이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엄마는 여전히 아빠의 햇님생일에도 꼭 축하를 해줘. 생일을 헤아리는 시계는 바뀌었어도, 아빠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은 엄마의 예쁜 마음은 변하지 않아서일 거야.


올해도 아빠에게 가장 먼저 생일 축하를 말해준 사람은 엄마였어. 참 한결같이 고마운 사람이야.


days_16_e.png < 올해도 엄마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아빠의 생일을 축하해줬어. 햇님생일이든 달님생일이든 말이야. >


오복아, 네 생일이 언제가 될지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는 이미 네 생일을 축하해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단다. 아빠가 엄마의 케이크를 받고 행복했던 것처럼, 매해 엄마의 생일 축하에 감동을 받는 것처럼, 네가 엄마 아빠의 축하 속에서 기뻐하면 좋겠어.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서 좋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주면 좋겠어.


가만 보니, 아빠는 아빠 생일에도 온통 오복이 생일 생각 뿐이네. 아빠가 정말 아빠가 될 준비를 꽤나 했나봐. 너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이렇게 앞서서 생각을 다 하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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