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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9. 2018

중국 황제가 먹던 디저트 '도향촌'

#맛객 #디저트 #달콤

베이징도향촌이 낳은 자식들. 역사가 무려 100년이 넘었다.


<맛객> 황제가 먹던 디저트 '도향촌'


    도향촌(稻香村)이 뭔가 싶을 텐데.

    중국의 전통 디저트를 파는 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베이징 어딜 가나 있으니 그냥 한국 파리바게뜨 쯤으로 해두자.

    도향촌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일단 쑤저우(蘇州)도향촌과 베이징(北京)도향촌 간 상표권 싸움의 역사부터 알아야 한다.

    원래 도향촌의 원조는 쑤저우다. 이름에서부터 '도향', '벼 냄새'란 게 붙은 것이 남방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도향촌의 역사는 무려 17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간 부침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개업 후 250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청조 6대 황제이자 청나라 최고 황제로 평가 받는 강희대제의 손자인 건륭황제와 인연이 깊다. 중국에서는 요순 시대 못지 않게 태평성대로 치는 것이 '강희-건륭 시대'다.

    아무튼 이 건륭황제가 강남으로 행차했을 때 이 쑤저우도향촌의 뎬핀(단 것. 디저트)를 먹고는 '음식 중 가장 맛이 좋고, 그 명성이 천하에 떨친다'는 최고의 찬사를 했다.

    당시 중국 황제라면 그냥 신에 가까운 존재. 온갖 산해진미를 다 먹고 지냈을진대 도향촌의 디저트를 먹고 저런 극찬을 했다니 가히 당시 황제가 느꼈을 그 맛이 상상이 간다.

    도향촌의 디저트는 온갖 착향제와 조미료가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먹어도 맛이 있는 편이니 건륭황제의 극찬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한다.

좌측 건륭황제, 오른쪽 강희대제.

    쑤저우도향촌은 그때부터 6대 걸쳐 내려오며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현재는 9개의 자회사와 6개의 현대화된 대형 생산기지가 있고, 산둥(山東), 장쑤(江蘇), 윈난(雲南), 네이멍구(內蒙古) 등지에 원료공급기지를 갖췄다.

    그러면 베이징도향촌은 또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베이징도향촌은 그냥 뚜레쥬르 쯤으로 해두자. 쑤저우도향촌처럼 똑같이 전통 디저트를 만드는 곳이긴 한데 '도향촌'이란 남방 최고의 디저트를 만드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네이밍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둘은 전혀 관련이 없고 라이벌 업체라고 보면 된다.

    베이징도향촌은 1895년에 만들어졌으며, 베이징 첸먼우와이(前門外) 관음사 자리에 터를 잡았다. 이 관음사라는 절은 베이징 2환 안에 있는 데 단재 신채호 선생이 절간 생활을 잠시 하셨다는 설이 있다. 다만, 베이징에 관음사라는 절이 차고 넘쳐 정확한 것인지는 모린다.

    베이징도향촌은 그 맛이 매우 특색이 있어 베이징에서 남방 디저트를 만드는 가게 중 으뜸이라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가 1926년 베이징도향촌은 위기를 맞는다. 당시 도향촌이 인기를 끌지 베이징과 천진 등에서 도향촌의 이름을 따서 규향촌(桂香村), 석가장도향촌 등 짝퉁 브랜드들이 마구 생겨났고, 군벌세력이 할거하는 정치적 혼란기에 복합적인 이유로 문을 닫게 된다.

    그러다가 1984년 5대 사장인 류전잉(劉振英)이 근 60년 만에 먼지 낀 간판을 털고 다시 영업을 재개해서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는 30여개의 직영점과 1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배송이 가능한 물류센터도 운영 중이다. 14만㎡의 공장과 4만㎡의 가공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대문호인 루쉰(魯迅·1881∼1936) 선생은 이 베이징도향촌에 자주 들렀다고 하는 데 그의 저작 '루쉰일기'에도 도향촌이 10차례나 등장한다.

    베이징도향촌이 수도인 베이징에서 점차 명성을 키워가자 원조인 쑤저우도향촌은 이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 상표권 사용 정지 소송을 냈고, 올해 10월 드디어 판결이 나왔다.

    승자는 당연히 쑤저우도향촌 베이징도향촌은 앞으로 '도향촌'이란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쑤저우도향촌에 115만 위안(1억8천700만원)의 배상금을 물었다. 배상금이 매우 적지만, 사실 둘 다 유명해 상표만 사용하지 못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곳인가. 베이징도향촌은 앞으로도 약간만 이름을 변용해 '도향촌'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해서든 사용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등록된 베이징도향촌이란 이름도 꼼수를 부려 2005년 재등록한 이름이다. 쑤저우도향촌에서도 2005년 '베이징도향촌유한공사'라는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베이징도향촌도 '베이징도향촌식품유한책임공사'라고 같은 해 상표등록을 마쳤다. 이게 뭔짓인가.

    아니 도향촌이 뭐길래 저런 대규모 식품 기업에서 야단법석을 피울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이 세상을 지배한 게 엄청 오래전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닌가. 길게 봐줘도 1차 대전 직후? 그럼 뭐 사실 100년이 안 됐다.

     그럼 그 이전엔 대부분의 시간을 누가 지배 아니 가장 발전된 형태의 국가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바로 중국이다.

    특히 청나라 때는 만주족이 세운 나라지만 한족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당시 최첨단 문화와 사치 문화가 꽃피웠다. 그러니 요새 중국이 중국 굴기네 뭐네 하며 부활을 꿈꾼다고 하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 꼬꾸라지기 시작하고, 문혁으로 완전히 문화적 요소가 파탄 나면서 그런 대국적 풍모는 거의 사라지고 더러운 나라, 뙤놈, 안하무인의 이미지만 남았다.

    그럼에도 문화라는 게 특히 식(食)문화라는 것은 탄압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필수적이어서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 도향촌이 바로 그런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도향촌 매장은 베이징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에는 베이징도향촌은 궁에 진상했다고 한다. 지금 제품들이 거의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보면 황제가 먹어도 손색이 없는 맛은 맞다.

    사실 도향촌은 시골에서 베이징에 관광하러 온 중국 사람들이 두 번째로 많이 사는 특산물이다. 첫 번째는 베이징덕 명가 취엔쥐더(全聚德.전취덕)고, 두 번째가 도향촌이다.

    물론 둘 다 맛은 없지만, 경주가면 황남빵 먹고 전주가면 비빔밥 먹는 그런 거다.

    그러니 서로 도향촌이라는 브랜드를 손에 쥐려고 물고 뜯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투박한 도향촌 디저트를 좋아한다. 요새 입맛으로 치면 별로 달지도 않고 촌스럽고 그런데 그 맛이 좋다. 옛날에 엄마가 곗날에 사 오던 양과자 같달까?

    가끔 단 게 먹고 싶으면 사 먹는데 먹으면서 '그 옛날에 이런 걸 만들어 먹었다니'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진짜 당시 중국은 지금의 미국 뺨사다구를 쌍싸다구로 때렸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돼지모양의 노른자를 베이스로한 반죽에 앙금을 넣은 '황금돼지빵'과 대만에서 유명한 펑리수(파인애플잼빵), 검은매실빵, 누네띠네 중국버전, 그리고 맛이 대박인 돼지고기 말린 것을 솔잎처럼 밀어 만드는 러우송(肉松)을 빵에 뿌려 만드는 러우송빵이다. 이 러우송은 꼭 가츠오부시 같은 느낌인데 그러니까 돼지고기로 만든 가츠오부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왼쪽이 러우송을 넣은 디저트 짭짤하니 맛나다. 오른쪽은 중국판 누네띠네.

    맛은 아까도 말했지만 순수한 맛이다. 아마도 요새 제과점과 달리 조미료를 적게 넣든 아니면 맛을 못 내든 둘 중 하난데 이런 투박한 맛이 나는 좋다.

    대신 열량은 폭탄이니 알아서 조절해 먹어야 한다.

    내가 가는 베이징도향촌은 프렌차이즈식으로 운영하는데 모든 매장이 근수로 달아서 판매한다.

    그러니까 매대 앞에 가서 "이거 몇 개요, 저거 몇 근이요" 이야기를 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사기는 또 애매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지도 않고 그렇다.

    아무튼 나는 좋아하니 드셔 보시라. 베이징도향촌 본점은 천안문에서 남쪽으로 쭉 가다 보면 있는 첸먼(前門) 앞쪽 첸먼대가에 있다.

투박한 도향촌의 케이크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맛객 #도향촌 #그만싸워 #둘다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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