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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26. 2019

'홍차의 원조' 우이산 명품 홍차 정산소종

#차 #홍차 

<차향기> 명품 홍차-정산소종(正山小種)

    홍차의 본고장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푸젠(福建)성 우이산(武夷山)이라는 곳이다.

    영국에 홍차가 워낙 유명해 영국이 홍차의 본류라는 소문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 낭설의 근거는 중국 동남부에서 나는 우롱차를 배로 실어 유럽으로 가져가면서 발효가 돼 녹차와 우롱차가 홍차가 됐다는 그럴싸한 썰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낭설은 바로 우이산에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홍차가 있었다는 것이 고증되면서 깨졌다.

    우롱차는 요청(찻잎을 뚜까 패는 과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산화 발효를 시킨다. 발효 정도는 60~70% 정도다. 홍차의 경우는 찻잎에 물을 뿌려 가면서 발효를 완전히 시킨다. 발효도가 95%에 달한다.(자세한 내용은 브런치 6대 다류 시리즈 참조)

    둘의 차이라고 하면 우롱차는 적절히 찻잎이 발효됐을 때 발효를 정지시키고 건조해 버린다. 그래서 반발효차라고 한다. 반면 홍차는 완전 발효를 시키는 점이 우롱차와의 차이다.

    우이산 홍차는 사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웬만한 영국 홍차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볼 수 있다.

    거 왜 맛집 따질 때 원조, 원조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 아닐까. 마치 원조 할머니 뼈해장국집처럼 진짜 원조의 맛을 따라가기란 무지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이 정산소종이란 홍차에는 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이산 홍차 중에서도 정산소종은 가장 하이클라스 홍차다.

    이 차의 특징은 스모크한 향이 난다는 것. 이 향이 바로 영국 홍차가 정산소종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다.

    아니 차에서 무슨 스모키한 향이 나나요?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훈연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산소종은 백송(흰 소나무)을 태워 찻잎을 열건조 시키기 때문에 강한 훈연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약재 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담뱃재와 정산소종의 향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독특한 향이 특징인 정산소종은 우유나 설탕을 타 먹지 말고 그냥 차 그대로를 즐겨야 한다. 

    진짜 맛난 식재료에 향신료를 넣지 않고 천연의 맛 그대로 먹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정산소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 데 그나마 조금 재밌는 설은 다음과 같다.

    청나라 때 정산소종의 본고장인 푸젠성 우이산 숭안현 동목촌에 군사들이 쳐들어와서 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피난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군사들이 물러가고 다시 마을에 돌아왔을 때 이미 차가 완전히 발효된 상태였고, 이를 버리기 아까웠던 마을 사람들이 이 고장에서 나는 소나무를 태워 차를 건조시켰는데 이것이 정산소종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 내 정국이 혼란하자 제다(製茶) 기술의 궁극이라 불리는 우롱차의 생산이 급감했다고 한다. 그러자 시장에는 가짜 우롱차가 나돌았고, 이에 영국 차시장에서는 충분히 산화발효된 홍차에 수요가 집중됐다고 한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완전히 발효된 차를 소나무를 태워 중국 특유의 열건조를 거쳐 만들었는데 이게 정산소종 홍차가 만들어진 이유라고 한다. 이렇게 소종 홍차는 우롱차가 변형돼 만들어진 차라는 설이 있다.

    정산소종은 영국의 고오급 식품 매장인 포트넘 앤드 메이슨 등 여러 홍차 회사의 얼 그레이 블렌딩에 쓰이고 있다.

    이 정산소종의 특징이 훈연향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 유통 시 인위적으로 훈연향을 입히는 가공 과정을 거치기도 하는데 이런 정산소종을 입산소종(立山小種.랍산소우총)이라고 부른다.

    입산소종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좋도록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가 정산소종은 몰라도 얼 그레이 홍차는 잘 알 것이다.

    이 얼 그레이를 만든 얼 그레이 백작은 정산소종을 주문해 판매하고자 했는데 유통의 어려움 때문에 그 향을 모방 하기 위해 비슷한 향이 나는 '베르가못 오일'을 첨가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홍차 얼 그레이가 탄생한 배경이다.

    정산소종의 일종인 '금준미', '은준미'는 실제로 베르가못향과 비슷한 향이 나는데 이를 '귤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정산소종은 향이 실제로 차에서 나는 것이지 특정 향을 첨가하는 레시피를 통해 구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귀하다. 

     이제 왜 영국 홍차가 정산소종을 따라가기 어려운지 알겠는가? 바로 훈연과정을 거처 입힌 스모키한 향이 잘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아주 높은 직위의 중국 관료가 좋은 홍차를 줬는데 포장에 '정산소종'이 쓰여 있으면 일단 챙기고 봐야 한다.

    참고로 3대 홍차로는 다르질링과 기문, 우바가 있다.

    그 중 다르질링은 재밌는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차로 인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은자가 많이 들자 1848년 영국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이 중국(몽골) 상인(또는 고관)으로 변장해 3대 홍차 중 하나인 '기문종'(안휘성에서 나는 소엽종 차) 차 종자와 묘목을 훔쳐서 중국 인도 접경 지역인 다르질링에 심었고 재배해 성공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 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홍차하면 떠올리는 실론티는 스리랑카에서 재배되는 아삼종 차나무로 대량재배 되는 차이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품질이 평이해 3대 홍차로 분류하진 않는다.

    오늘 아침에 통풍이 와 물을 많이 마셔야 해서 정산소종을 우려서 먹어 봤는데 과연 그 명성대로 정말 스모키한 향이 입안 가득 돌면서 여태껏 먹어본 홍차와는 매우 달랐다.

    우이산에서 나는 정산소종의 매우 소량이라서 이 차가 진품 정산소종일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홍차였다.

#명품홍차 #정산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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