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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y 16. 2019

왕좌의 게임-대너리스를 위한 변명

진보와 보수의 도덕성 기준에 대하여

<왕좌의 게임 대너리스를 위한 변명>

-진보와 보수의 기준에 대하여


++주의 : 이 글에는 왕좌의 게임 시즌8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1.

    매 시즌 충격에 충격을 더하고 있는 왕좌의 게임이 마지막 시즌, 마지막화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시즌8의 5편 역시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착한 군주 포지션이었던 '용엄마' 대너리스가 폭주해 양민 대학살을 자행했으니 설마설마했던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근데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점도 있다. 솔직히 대너리스는 그간 많이 참아왔던 것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우리가 대너리스를 높이 평가해 왔던 이유 중 하나는 용 세 마리면 바로 킹스랜딩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음에도 타고난 덕성과 주변에 있는 바른 참모들 덕택에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힘없는 사람이 도덕적 올바름 또는 피시함(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카리스마도, 멋대가리도, 영향력도 없어 보이는 게 세상 이치지만, 그 반대는 민심을 등에 업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 나온 대너리스의 정적 서세이의 악독함은 대너리스의 인내심을 바닥내기 충분했다.

    서세이는 대(對) 대너리스용 회심의 무기 발리스타로 화이트 워커와의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자식 같은 용을 한 마리 잡아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극도로 인내심을 발휘해 분노를 억누르던 대너리스는 서세이의 한 단계 더 높은 악랄함에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다.

    바로 서세이에게 포로로 잡힌 심복 미인데이 아니 미산데이를 거산 그레고르 클리게인을 시켜 참수해 버린다.

    그의 또 다른 심복인 회색벌레의 애인이기도 한 미산데이의 죽음은 권력과 병력의 핵심인 두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이는 민간인 대학살을 자행하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2.

    안타깝게도 대너리스 입장에서 이런 합리적 빡침은 시청자들과 그의 착한 마음에 매료됐던 팬들에게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고, 일부 팬은 안티팬으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사례가 있어 우리가 잘 알듯이 도덕성을 바탕으로 민심을 얻어 흥한 군주는 이렇게 잘 참다가 단 한 번의 빡침을 견디지 못하고 분출해 버리면 민심을 잃게 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우리는 여기서 삼국지 유비류(類)의 덕성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봐야 한다. 그 주변 사람을 암 걸리게 할 정도로 도덕적 바름을 추구하는 유비는 결국 민심을 택하면서 당당히 천하삼분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도자가 된다.

    우리가 잘 알듯 그의 성공은 인내심을 극도로 발휘해야만 하는 인고의 과정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잃기도 한다. 유비가 고구마 100개 먹은 짓을 하다가 관우, 장비, 조자룡, 마속 등을 잃었던 것처럼 말이다.


3.

    그럼에도 진보와 보수(유비 VS 조조, 대너리스 VS 스세이)의 대결 구도에서는 이런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으면 전세를 뒤집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전세라 함은 민심을 등에 업고 권력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대학살 이전에 대너리스는 이런 말을 한다. 



    "서세이는 우리의 자비, 동정심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이 말인즉슨 자신이 상대가 노리는 단점을 더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점으로 두지 않고 잠시 놓아 버릴 수 있는 장점으로 인식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그의 의중을 파악한 존 스노우, 티리온, 그리고 사마천 아니 바리스 등 참모진은 여러 방식으로 이 몰락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대너리스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오빠한테 학대당하다 용알을 얻고, 몽골 전사 같은 도트락 부족을 얻고, 거세병을 얻고, 존 스노우를 얻는 일련의 특별한 과정)을 통해 이미 본인이 곧 '올바름'이라는 아집이 생겨 버린 뒤였다.

    '참을 만큼 참았어. 갈 때까지 갔어'라는 생각을 한 대너리스,

    결국 아이와 여성, 노인 등을 가리지 않는 민간인 대학살을 실행해 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그간 명성을 다 잃고 서세이와 같이 공포와 비난의 대상이 돼버렸다. 

    서세이는 이보다 수백 배 잔혹한 짓을 했지만, "원래 스세이는 저 모양이니까"로 퉁을 치던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적 올바름을 포기하고 악인 포지션을 취한 자와 도덕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세를 규합해온 자 간에 도덕성의 잣대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4.

    우리는 이 상황을 현재 국내 정치 속 진보와 보수(통상적 구분이 아닌 국내에 통용되는 의미)에 대한 도덕 기준이 다른 것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주요 인사청문회에서 항시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아니 J당은 별짓을 다 해도 되고, M당은 그럼 안 되나!!"란 멘트다. 억울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 서세이와 대너리스의 대결에서 대너리스가 어떻게 민심의 우위를 점하게 됐는지를 잘 보면 그 답이 나와 있다. 

    한 번의 깊은 빡침이 그간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어 버릴 테니까.

    이게 싫다면 J당으로 건너가면 된다. 그러나 M당에 몸을 담고, M당을 지지하는 한 유비의 인내심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못 견디겠다면 도덕적 올바름을 통해 받던 인센티브를 버리고 변절해 철새가 되면 된다.

    개인으로서 대너리스의 잔혹한 복수는 0.1% 정도는 이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과 통치자로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을 해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철의 왕좌를 버리고 도주해야 했던 서세이, 도덕적 칭송을 져버리고 폭주한 대너리스 모두 이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게 됐다.

    원하던 결과는 아니지만 결국 유비류 존 스노우 손에 철의 왕좌가 들어가게 될지 마지막 회를 지켜보자.

#왕좌의게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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