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5. 2018

<취재현장> 베이징공항 T2 에스켈레이터

#취재현장



    북한 취재의 어려움이자 재미는 뉴페이스가 나타났을 때다.
    뉴페이스는 항시 일반 NPC 사이에 숨어  잠입을 한다.
    오늘은 신홍철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 온다는 첩보를 듣고 공항에 왔다. 전에도 말했지만, 공항에서는 기사 작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집을 나서기 전에 새벽에 하루 밥값(채소 기사 2건)을 미리 올려 두고 와야한다.
    신홍철 아재는 머머리에 강인한 인상에서 포스가 느껴지는 인물로 대러시아 외교와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차관급 인사다. 오늘 방러 목적은 아마도 한반도 양대 으니(아이유 김정은)의 방러 일정 조율을 위한 것일 거다.
    오늘은 하필 아베 방중 마지막날 일정까지 겹쳐 기사거리가 많아 조금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끝까지 도움이 안 되모니다)
    허겁지겁 T2 일반통로로 와서 초코크로와상을 뜯어먹고 있는데 뭔가 부산하다. 왔구나.
    스벅잔을 바닥에 곱게 내려두고(아무리 급해도 먹을 건 지킨다) 셔터를 빠르게 눌렀다.
    일본 기자들은 전에도 말했다시피 얌잔한 편이라 몸통박치기 같은 기술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위치 선정에 유리하다. 뉴페이스가 오면 중요한 작업은 일단 얼굴 도장을 찍는 것.
    일단 따라 붙은 다음에 면벽 수행을 한다 생각하고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면 "이건 뭐하는 똥파리야?"라는 표정을 짓는데 고때 눈도장을 팍 찍어얀다. 왜냐면 그래야 담에 오면 '어 그때 그 똥파리'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라도 해주기 때문이다.
    또 가장 중요한 작업은 입국장에서 북한 대사관차가 세워진 야외 주차장이 있는 2층 출국장 쪽으로 올라 갈 때  이용하는 통로를 선점하는 것이다. 이 통로는 바로 1-2층 사이  에스켈레이터다. 이때 중요한 건 취재원보다 위쪽에 자리해야 한다는 것.
    영화 안시성에도 나오지만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전투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스켈레이터가 좋은 점은 높은 위치를 점했을 때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또 계속 말을 건다.
    약 10-15초의 시간이면 인간은 첨 보는 똥파리라도 얼굴이 뇌 속에 각인되기 마련이다.  
   이제 벽을 보내 줄 시간이다.
   2층에 도착하면 살짝 돌아서 길을 열어주고, "부상님 안녕히 가세요. 러시아 잘 다녀오세요", "올땐 한마디 해주세요~" 라고 인사를 하면 된다.
    이때 '피식'하면 성공, '뭐야 저거'하면 실패지만 몇번 하다보면 친근감이 생겨 가끔 말을 해준다. 이렇게 성공한 케이스가 최선희 누나의 직속 부하 최강일 국장이다.
    뉴페이스 취재 때 또하나 중요한 것은 RPG게임에서 처럼 캐릭터가 데리고 다니는 펫을 잘 체크해야 한다는 것.
    차관급 이상은 감시자이자 수행역할이 따라 다니는데 이들은 노출 확률이 본캐 보다 확실히 높아 동향 파악에 매우 유익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타이트 하게 보도용으로 하나 찍고, 와이드하게 주변까지 다 잡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늘도 나의 북한 덕력이 한뼘 성장했다. 이러다 진짜 끌려가면 어쩌나. 으 무셔.
#취재현장 #에스켈레이터 #머머리아재무섭 #똥파리애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