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베이징 수도 공항 T2 일반통로는 공항 취재 기자들의 부녀회 아지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로 일본매체 스트링어(취재보조) 일을 하시는 조선족 직원 분들이 계시는데 대부분 경력이 10-20년으로 베테랑들이시다.
다들 일어, 중국어, 한국어에 능통하시고, 일부는 영어도 하신다. 전에 말한 성골 카르텔의 원류가 바로 이곳이다. 일본 기자들과 해외 출장을 가시기도 하고, 취재 영역에서 우리 회사 직원들보다 더 폭넓은 역할을 맡는다.(그래서 일본 기자들은 공항에 안 나오는 때가 많다. 돈이 쵝오)
보통 기자 1명당 1명이 배정되고, 큰 일이 터지면 각사 스트링어와 운전사까지 총동원된다. 교도의 경우 동원되는 취재원 수가 최대 30명까지 가능하다. (우린 겨우 셋)
여기서도 알짜 정보가 종종 나오는데 처음에는 이지매 문화에 입각해 초짜는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인싸가 되기 무척 어렵다.
최근 NHK와 교도 특파원이 교체 됐는데 가열차게 왕따 중이다. 그 중심에는 1년 전 왕따를 당하던 내가 똬리를 틀고 있지 쿠쿠. (나만 당할 수 없지)
오늘은 꽤 핫한 정보를 판돈으로 들고 부녀회를 방문했는데 이게 한국에는 중요하고 일본에는 중박 정도인 내용이다.
이런 경우 우리 말로 짬을 시킨다. 간부급인 스트링어 한 분이 "김 기자님, 이거 기자들한테 말하시지 마시요"라고 하시길래 아무말 없이 끄덕끄덕하고 묵약을 맺었다.
이 카르텔에 드는 방법은 사실 커피나 간식보다도 매일 현장에 나와 같이 서 있는 건데 이게 일본 문환지는 모르겠으나 기준점이 없어 무척 어렵다. 으니가 100일동안 세번 방중하는 대사大事를 겪은 뒤로는 나도 자연스럽게 인싸 그룹에 들어갔다.
뭐랄까 전우애 같은 거라고 해야나. 당시에 최장 18시간까지 철야하며 뻐치기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서로 일정 공유도 하고, 북조선 동무들이 나오면 얼굴맞추기(누군지 확인하는 작업)도 같이 하면서 오손도손 지내는 편이다.
일이 끝나면 "수고하셨다"는 말을 장난스레 나는 일본말로, 그분들은 한국말로 하고 헤어지는 것도 따숩다면 따순 풍경이랄까.
나름의 역할이 분배돼 있는데 주로 나는 대신 질문을 해주고(일본 기자들이 샤이함) 저 분들은 옆에서 진로방해와 분위기 띄우기를 담당하신다. 카메라가 얼굴 앞에 여러 개 등장하면 보통 사람은 당황하기 마련이고, 진실의 방에 끌려 들어간 거 마냥 술술 불게 돼 있다.(북조선 분들은 예외. 철벽)
오늘은 별반 중요한 사람들이 입국하지 않아 다들 겨울취재 대비 월동준비 이야기만 하다가 흩어졌다.
한국과 일본이란 숙명적 적대관계 속에서 만났지만, 치열한 현장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귀국할 때 가장 많이 생각날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통로의 정겨운 대화와 짬시키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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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태생이 굽신굽신이라 공항 갈 때 삼보일배하며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