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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ug 18. 2019

<예술의 향기> 798의 B급 감성

#예술 #미술

베이징 예술구 798의 노점 레코드 트럭

<예술의 향기> 798의 B급 감성

    상업주의의 물결이 휘몰아치다 못해 이제는 범람하는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이지만, 메인 스트리트를 조금만 벗어나면 B급 감성이 넘실대는 골목들이 아직 제법 남아있다.

    아쉽게도 내가 주로 다니는 화랑이나 미술관이 798 정문(북문)에서 이어지는 메인 스트리트에 있기 때문에 의식해서 찾지 않는 이상 발길이 좀체 닿지 않는 공간들이다.

    오늘은 날도 좋고, 나름 격무를 하였기에 798 변두리 골목을 좀 돌아봤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금속 공예 작품들. 나름의 보는 맛이 있다. 밑에 악단은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싸구려 바에나 있을 법한 인테리어 소품 같다.

    유명 갤러리가 자리하지 않아서 전시된 그림이나 조각들이 조금 조악하기는 하지만, 나름 보는 맛이 있다.

    예술에 우열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면 허술한 맺음새나 이런 것이 그 나름대로 묘한 매력을 뽐낸다.

    어설프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금속 공예나 작품의 영역으로 보기엔 뭔가 애매한 신인 작가의 그림이나 그냥 이런 작품이 이리저리 걸린 길거리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B급 감성들은 궁극의 경지만을 추구하며 피로해진 예술적 감성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이게 작품인가 무엇인가. 사라는 것일까? 그래도 저팔계 넘 귀엽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보면 가끔 수준 높은 작가의 전시를 만나기도 하는데 오늘도 '후퉁짜이짜오'(胡同再造·옛 골목 재건)라는 멋진 전시를 하나 발견했다.

    후퉁은 중국어로 '옛 골목'이라는 뜻이다. 

    카푸시네라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후퉁에서 볼 수 있는 문이나 의자, 옛 물건들에 그림을 그려 넣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눈길이 가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만 아는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외진 갤러리에서 발견한 수준 높은 전시 작품들.

    골목골목 다 누비고 지나 798의 F구역 제일 끝 골목에 다다르면 재밌는 공간이 나온다.

    요기는 남한테 잘 알려주지 않고 나만 오는 공간인데 이름이 '치스 레코드'라는 LP와 CD를 파는 레코드 가게다.

    덕후의 성지이기도 한 이 가게는 밤에는 라이브 공연도 한다.

    일단 굉장히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이 발길이 드물고, 3500원 정도 하는 페리에 탄산수 한 병을 사면 조용히 앉아 글도 쓸 수 있다.

    그리고 판이 툭툭 튕기고, 귀를 간질간질하는 LP 음악을 주인장 아저씨가 계속 틀어주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나는 LP나 CD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한 번도 음반을 사본 적은 없다.

    만날 와서 탄산수 한 병 시키고 글이나 쓰다 가기 때문에 주인아저씨도 이상한 한국사람으로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서로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내가 앉아 있든 말든 막 담배를 태우고 그런다.

    혹시 베이징에 와서 798에 올 일이 있으면 798 남쪽 F구역 뒷골목을 걸어보기를.

오래된 LP를 파는 치스(其实 ) 레코드 가게. 정말 맘에 드는 곳이다.

#예술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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