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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Sep 20. 2019

<예술의 향기> 베이징에서 다빈치를 만나다

#예술의향기

다빈치의 역작 '마리아 막달레나'

<예술의 향기> 베이징에서 다빈치를 만나다


    '천재 중의 천재', '근대적 인간의 표상'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인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를 수식하는 표현이다.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천문학자, 대기 연구자, 기술자, 해부학자, 도시 계획가, 지리학자, 음악가인 다빈치는 말 그대로 초인이다.

    재능으로만 본다면 전 인류 톱3에 들만 한 천재가 아닐까.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중앙미술학원 교수님께서 드디어 다빈치 진품 전시가 시작됐다고 알려주셔서 퇴근 후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을 찾았다.

    중앙미술학원은 유명 전시의 경우 야간 개장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좀 붐비는 전시는 가끔 밤에 와서 관람하면 좋다.

    오늘도 야간 전시 관람 시간인 6시 30분에 맞춰 미술관에 갔더니 평일이라 그런지 복작복작대던 전시장에 사람이 다 빠지고 혼자 전시실을 독차지하고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저녁엔 썰렁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이번 전시는 다빈치 사망 50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 전시다.(남 죽은 걸 기념하다니...)

    이번 전시에 온 다빈치 진품은 2008년에 뜬금포로 세상에 등장해 진품 여부가 논란이 된 우피치 미술관의 '다빈치 초상화'와 모나리자와 비슷한 구도와 분위기인 '마리아 막달레나' 두 작품, 그리고 조그마한 스케치 두 개다.

    우피치 미술관의 초상화가 확실히 진품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세 작품으로 보아도 좋지만, 붓질 한 번만 했더라도 다빈치 작품으로 볼 수 있다면 있는 것이니 그냥 네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빈치의 제자와 추종자들의 작품이 전시 규모를 채우기 위해 함께 전시됐다.

    전에 중앙미술학원에서 대형 모니터를 이용해 다빈치 작품을 '1:1' 디지털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반응이 너무 뜨거워 진품 전시까지 이어졌다.

    이럴 때 보면 중국의 자본력이 정말 부럽다. 집에서 5분 거리의 미술관에서 다빈치 진품을 볼 수 있다니.

   사실 내가 이태리 갈 일이 다 늙어서 효도관광 빼고 어딨겠는가.

문제의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한 다빈치 초상화

    이번 전시에 가기 전 사무실에 앉아 한참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무얼 바라 죽은 지 500년이나 된 사람의 작품을 굳이 보러 가나?'

    솔직히 말하면 다빈치의 작품이 어디 모텔 같은 곳에 걸려 있다면 내가 그 앞을 골백번 지나친다고 해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원래 예술이 그렇지 뭐'였다.

    한없이 가치를 부여하면 엄청난 값어치가 나가는 게 예술품 아닌가.

    또 낮게 보면 별것도 아닌 게 예술품이다.

    다빈치도 낮게 보면 토스카나 시골 마을 빈치의 명망가 자제와 가난한 농부 딸의 불꽃 튀는 사랑 장난으로 태어난 사생아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찾아간 전시실에서 그의 작품을 봤을 때 나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빈치의 스케치가 전시 팜플릿 표지로 선정됐다.

    '과연'

    감상평은 딱 두자면 됐다.

    정말 '과연 명불허전 다빈치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논란이 있는 자화상 작품은 그저 그랬지만 '마리아 막달레나'는 루브르에서 봤던 모나리자가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강렬했다.

    그 특유의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려진 배경과 고전주의를 앙망했던 다빈치다운 황금비율의 인물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중국 미술이 개성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 준다면 다빈치의 작품은 말 그대로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보통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하지 않는 편인데 거의 20분 가까이 마리아 막달레나 앞에 서 있었다.    

    신혼여행으로 간 파리에서 루브르에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나리자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늦은 저녁 어두운 조명의 전시실에 혼자 서서 한참을 다빈치의 작품을 감상했다.

    뭔가 신비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설적인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니 오싹하기도 하고 그랬다.

    역대 내가 관람했던 그림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바라봤던 것 같다. 보고 또 보고 또 본 나머지 마리아의 유륜(乳輪)까지 아주 디테일하고 세세하게 뜯어볼 정도였다.

    그림을 다 보고 자리를 뜰 때 이런 걸 완벽하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은 다빈치 진품인 마리아 막달레나, 오른쪽은 다빈치의 제자의 작품. 

    인물도 인물인데 뒷배경도 작품의 신비함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기 원근법을 개발한 다빈치는 공기까지도 묘사한다고 하지 않나.

    바람의 원리를 연구하기도 했던 천재 다빈치 눈에는 대기의 움직임마저 보였던 것인지. 또 그걸 느끼고 그려낼 수 있는 손을 가졌다니 참 대단하다는 말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은 전시에 가면 유화나 판화 작품보다 스케치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다빈치 스케치는 정말 남달랐다.

    스케치라고 하기보다는 거의 작품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있다고 할까.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의 제자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보면 왜 다빈치를 대화가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어딘가 모를 그 미묘한 색감과 밑 스케치의 차이 같은 게 나 같은 문외한도 느껴질 정도다.

제자들의 작품들 중 나름 수작들. 어딘가 모르게 약간 아쉬움이 있다.

    정말 천재는 천재구나.

    사후에 공개된 다빈치 노트에 헬리콥터와 낙하산도 있었다고 하더니 참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항상 궁금한 건데 다빈치의 주 활동 무대였던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는 왜 그렇게 천재가 많았을까? 

    생각해보면 주공, 관중, 조조, 소동파, 제갈공명, 세종대왕, 정약용 선생 등등 동양에서도 다빈치처럼 전인적인 천재들이 예전엔 종종 등장했더란 말이지.

    요새도 태어나긴 하는데 죄다 의전원 간다고 입시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 그게 참말로 알고 싶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다빈치는 후사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았으니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솔로의 표본 아닌가.

    그림 하나만으로도 허접한 전시를 모두 커버하다니 이래서 마스터 피스 마스터 피스 하는가 보다.

#천재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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