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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Sep 19. 2019

가끔은 나도 솔직해지고 싶다

#에세이

<가끔은 솔직해지고 싶다>


    직장, 학교, 온라인 생활 등등 생활 무대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는 평생 고민해온 묵직한 화두다.

    직업상 특히 사회생활을 할 때면 가면을 한 세 겹은 쓰고 사는 것 같은데 어떨 때는 이런 생활에 신물이 날 정도로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은 모든 게 허상 같고 답답하기도 해서 '아. 그냥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막 해버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술 기운을 빌려 취한 척 실금실금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데 뭔가 속 시원히 질러 버리는 정도는 아니라 개운한 맛은 또 없다.

    언제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욕쟁이 할머니 순댓국집 주인 할매처럼 사람들을 막 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자기 할 말을 딱딱하는 사람이 매우 부럽다.

    나도 직업병 같은 것인지 집, 사교 모임, 심지어 온라인에서까지 본심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어제처럼 술에 만취한 날이면 그나마 노래라도 부르며 소리도 치고, 아무 말이나 해대면서 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낸다.

    다음날 숙취로 머리가 조금 띵~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속은 시원한 느낌이랄까.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이마저도 자주 하지 못하니 응어리가 쌓이고 쌓여서 미간에 생전 없던 내 천(川)자까지 새겨질 판이다.

    어제 술에 대취해 돌아와 쇼파에 누웠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술 마시기도 여의치 않고, 술로 스트레스 푸는 것도 건강만 나빠져 악순환이니 평소 가식 지수를 조금 낮춰보는 건 어떨까'

    그러니까 술로 풀만큼 쌓아뒀다가 털어 낼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안 쌓이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술 취한 김에 소파에 누워 시뮬레이션을 머리로 돌려봤다.

    일단 회사에서 좀 무쓸모하고, 짜증 나는 일은 줄이자고 제안하는 상상을 해봤다.

    음... 무엇보다 이러면 선배들이 적잖이 당황할 것 같다.

    앞으로 직장 생활도 덩달아 망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돈줄이 걸린 직장은 피해 다른 곳에서 솔직해져 보는 방안을 강구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집이 나을까?

    그런데 집에서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구끼리도 배려가 필요하고, 어쩌면 사회생활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게 가정생활 아닌가.

    특히나 내 마음대로 집에서 행동하면 나는 편할지 몰라도 다른 가족들은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게 될 것이다.

    집도 절도 아니라면 역시 생판 모르는 남을 대할 때 솔직해져 보는 게 좋겠다.

    마트에서 물건을 산다든지,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다든지, 상점에서 가격 흥정을 한다든지 할 때 솔직한 심정을 말해보는 거다.

    물건이 싫으면 싫다. 음식이 짜면 짜다. 터무니없이 값이 비싸면 비싸다. 시원스레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거다.

    자신이 가식의 아이콘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일상 속에서 이런 작은 솔직함으로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작은 변화지만, 얼굴을 뒤덮은 가식의 껍데기를 벗어 던짐으로써 실오라기 하나 입지 않고 맑은 계곡 물에 뛰어든 것 같은 청량감을 느끼는 게 상습 만취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삶에 이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도 쉽진 않겠다. 생판 모르는 남한테 아무말이나 해대고 발뻗고 잘 인물은 못되니까 말이다.

    역시 내 마음대로 끄적일 수 있는 글이 솔직해지기엔 제격인 것 같다.

    사실 솔직하게 쓰지 않은 글은 재밌게 읽히지 않는 거니까.

    가식을 떨치고 솔직하게 한마디 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사실 나 일도 음청 잘하고, 얼굴도 말짱하게 생긴 사람입니다. 엣헴"

#솔직한_금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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