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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23. 2020

'현지보다 싼 차 도매시장' 新차마고도 마롄다오


'현지보다 차를 싸게' 新차마고도 마롄다오


    차에서 만큼은 중국보다 앞서는 나라는 없다.

    중국인에게 있어 차는 하나의 문화이며 자랑스러운 유산이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일상과도 같은 것이다.

    중국에 와서 차를 마시면서 정말 세상에 좋은 차는 다 중국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영토에서 나오는 각양각색의 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천태만상이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와인과 견줄만하다.

    베이징 유명 호텔이나 큰 쇼핑몰, 동네 마트, 전통시장 어딜 가든 차를 시음하고 판매하는 차관(茶馆)을 마주할 수 있다.

    그만큼 차는 중국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호품, 아니 일상생활용품이다.

    중국에서도 스타벅스와 루이싱(瑞幸·루킨) 커피 등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생겨나면서 매년 25%씩 급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랑은 4잔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230잔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음료 시장에서 차의 위상이 어떤지 실감할 수 있다.

    차의 종류와 가격은 커피값에 1/1000도 안 될 만큼 싼 것부터 몇억을 호가하는 명차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중국차를 파는 전문 매장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중국차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마롄다오 양 옆으로 차 도매상가가 쭉 늘어서 있다.

    차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베이징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아니 중국차 하면 푸젠(福建) 성이나 윈난(雲南)이 유명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베이징이 어딘가. 바로 중국의 수도이자 모든 물자가 몰리는 중국 정치와 교육의 중심 아닌가.

    당연히 베이징에는 전국 각지의 유명한 차를 살 수 있는 차 도매상가가 있다. 그것도 중국 특유의 스케일이 반영돼 엄청나게 규모가 크다.

    베이징에 있는 차 도매상가의 이름은 바로 마롄다오(马连道)다.

    마롄다오라는 이름은 '말이 줄지어 걸어가는 길'이라는 뜻인데 윈난에서 보이차 상인들이 말을 타고 이곳으로 몰려오는 모습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있다.

    왜 차 상인들은 마롄다오에 몰려들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마롄다오가 중국 서북부와 시안(西安) 등 베이징 서편으로 차가 이동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신빙성이 크다.

    마롄다오는 베이징 서역에서 남쪽으로 2∼3㎞ 떨어진 곳에서 시작해 강남 테헤란로처럼 길게 남쪽으로 쭉 뻗어 있다. 전체 면적이 69000㎡에 달해 한국의 웬만한 동(同) 정도 크기를 자랑한다.

    베이징 서역은 네이멍구(內蒙古)를 비롯해 산시(陝西), 산시(山西), 허베이(河北) 지역으로 향하는 철도 노선을 주로 운행하는 역이다.

    그러니까 예부터 푸젠이나 윈난 지역의 차 상인들이 이곳으로 차를 가져온 다음에 여기를 기점으로 중국 서북부 지역에 차를 공급한다.

    마치 윈난과 쓰촨, 티베트 지역의 차마고도를 또 다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베이징 서역의 모습

    마롄다오에 처음 오면 어느 찻집에 들어가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데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화려할수록 바가지를 쓸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도매상가의 특징 중 하나인 '호갱 양성'이 이곳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상인(商人)의 후예라는 중국 상인들에게 어설픈 중국어로 외국인 티를 팍팍 내다가 잘못 걸리면 눈탱이를 맞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바가지를 피할 수 있을까.

    방법은 딱 하나인데 마롄다오를 잘 아는 중국인이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집을 찾아가는 것과 여러 찻집을 다니며 가격 흥정과 비교를 통해 최대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방법이다.

    관광객이라면 구경 삼아 이 집 저 집 다니는 두 번째 방법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물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도매 찻집에 가서 차를 산다.

    마롄다오에는 정말 좋은 차가 많은 데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초반부터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한 전국 유명 10대 명차 산지 700여 곳의 찻집이 여기에 입점해 있다.

    오히려 너무 규모가 크고 종류가 많아 어떤 물건이 좋은지 판단이 안 설정도로 중국 전역의 차가 이곳에 모여 있다.

    중국 최고의 명차 산지인 푸젠 지역 차 같은 경우는 차 수요가 큰 푸젠 현지보다 오히려 마롄다오의 찻값이 더 싸다고 한다.

입구부터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톈허차예

    지인의 소개를 받아 찾아간 톈허차예(天禾茶业)란 이름의 도매 찻집은 녹차부터 백차, 황차, 우롱차, 보이차까지 정말 좋은 차들이 많았다. 이 찻집은 도매전문이지만 소량도 판매한다.

    톈허차예는 마롄다오가 지금처럼 활성화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자리를 잡았던 전통 있는 찻집이다.

    푸젠에서 차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운영하는 도매상점으로 유명 기업과 기관 등이 주 고객이다. 그래서 차를 믿고 살 수 있다.

    특히 젊은 주인 부부의 고향인 푸젠 푸저우(福州) 산속에서 자란 유기농 차들이 정말 좋았다.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우롱차인 빙센철관음(冰鲜铁观音)은 꼭 맛보길 바란다.

    이 철관음은 찻잎을 채엽해 요청하는 과정을 거친 뒤 바로 영하 30도 이하로 급속 냉동시켜 30일간 숙성시킨 차다.

    급속 냉동을 하는 것이 이 집만의 비기인데 이렇게 하면 안 그래도 향이 좋은 철관음이 마치 현지에서 막 잎을 따 차를 우린 것 같은 맛이 난다. 정말 이름 그대로 신선한 철관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보관 역시 냉동으로 해야 하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화려하고 풍부한 향은 역대 내가 마셨던 철관음 중 단연 최고였다.

톈허차예의 명차인 빙센철관음

    마롄다오에서 차를 사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따르면 좋다.

    중국에서는 어느 찻집이든 시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찾는 차가 없다면 주인에게 부탁해 여러 종류를 시음한 뒤 구매하는 것이 좋다.

    물론 찻집에 들어서면 말도 꺼내기 전에 주인장들이 자연스럽게 차를 우려 권할 것이다.

    그럼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이 마셔보고 좋으면 사면된다.

    이곳의 찻값은 일반 차관에서 소매로 사는 것보다 내 체감상 2∼3배 쌌다. 특히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백차 같은 경우는 거품을 쪽 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마롄다오에는 차뿐 아니라 다양한 다구와 차 공예품을 팔고, 차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차도 차지만 아기자기한 다구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몇 개 기념으로 구매해보길 권하고 싶다. 가격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싸니 걱정 말고 이참에 다구 세트를 장만해 차 생활을 즐겨 보길 권한다.

    찻집에 않아서 주인에게 이것저것 중국 차에 관해서 물어보면서 차도 마시고, 선물용 차와 다구도 산다면 의미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거다.

    워낙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차를 마시며 천천히 둘러보는 맛도 있고,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도매시장이다 보니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들도 많아 현지 중국 음식 체험을 하기도 좋다.

    베이징 서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중국차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차 도매상점에 들어가면 차 테이블에서 주인이 차를 우려준다.

#중국차 #마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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