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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15. 2020

'중국 거장' 우관중 작품과 함께 즐기는 베이징 가정식

우관중 선생의 장강 풍경. 위 작품은 1974년 장강을 그린 작품이고, 아래는 2004년 이를 다시 그린 작품이다.

'중국 미술 거장' 우관중 선생 작품과 함께 즐기는 베이징 가정식


    798 예술구는 베이징 예술의 중심이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지나친 상업화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베이징의 예술 트렌드를 보려는 사람이라면 798로 발길이 향하게 돼 있다.

    유명 갤러리를 비롯해 미술관을 한참 구경하고 나면 허기가 지기 마련인데 798 내에서 끼니를 챙기기는 또 생각보다 쉽지 않다.

    798은 공간이 넓어 쉽게 체력이 바닥나기도 하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건물 임대료가 비싸져 예술구 내 음식 가격도 시내보다 높다.

    가장 쉽게 대안을 찾자면 798 곳곳에 있는 카페 겸 양식당을 찾아 들어가 대충 배만 채우면 된다.

    식도락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무 식당이나 찾아가도 좋지만, 내 경우는 이런 식당은 애써 채운 예술 감성을 해치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다.

    기왕 798에 왔으니 예술작품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즐길 수 있는 곳이면 더 좋지 않을까.

    갤러리에 딸린 식당들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예술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반면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기는 어렵다.

    반대로 예술구 내에 나자샤오관(那家小馆) 같은 전통 베이징 요릿집은 괜찮은 음식 맛과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사합원 형태의 전통식 가옥 빼고는 예술적인 부분은 조금 아쉽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고가의 컬렉션으로 치장하고, 값비싼 요리를 내는 식당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우리가 가기에는 가격의 문턱이 꽤 높다.

798 예술구 베이징 가정식 맛집 훙산훙

    이런 고민 끝에 내가 찾은 완소 맛집을 하나 소개해 볼까 한다.

    이 맛집은 798 예술구 서문 옆에 자리한 훙산훙(紅山紅)이란 식당이다.

    이름이 '붉은 산은 붉다'라는 뜻으로 뭔가 공산당스러운 이름을 하고 있는데 이름처럼 전통 베이징 가정식을 주메뉴로 서비스한다.

    가정식이다 보니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고, 여럿이 몰려가서 방을 예약해 먹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식당이 매력적인 것은 식당이 위치한 홍위안(宏源) 빌딩의 '건물주느님'이 운영해 가격대보다 식당 환경이 청결하고 고급스럽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건물주가 소장한 훌륭한 컬렉션을 공짜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훙산훙에 전시된 우관중 선생의 작품

    훙산훙에는 중국 1세대 작가인 우관중(吴冠中·1919-2010) 선생의 작품이 많이 전시돼 있다.

    우관중 선생은 그 시대에는 매우 드물게 파리 국립 고등 미술학교에서 유학을 했다. 때문인지 산수화 바탕에 서양화 기법이 얹혀 산수화 같은 유화 풍경 작품으로 매우 유명하다.

    말년에 칭화대에서 교편을 잡았는데 작품의 저작권 모두를 칭화대에 기증하고 돌아가셨다.

    그의 작품 중에는 특히 같은 풍경을 수묵화와 유화로 각각 그려 낸 병렬식 작품이 유명하다. 또 유화 물감을 사용해 산수화 같은 느낌이 나는 작품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묻어나 눈길을 잡아끈다.

    훙산훙에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은 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홀 벽에 걸린 우관중 선생의 작품만 쭉 둘러봐도 밥값은 충분히 한 셈이다.

    훙산훙에 전시된 컬렉션은 대부분 진품이거나 프린팅 중에서도 에디션이 붙은 작품이다.

    이곳에는 우관중 선생 작품 외에 건물주가 수집한 천원링(陈文令) 작가 등 현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도 모두 수준 높은 작품들이니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기 바란다. 


     훙산훙의 매력은 단순히 예술작품 감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 셰프의 실력은 베이징 가정식 요릿집 중 중상 이상의 맛을 낸다.

    특히 궁바오지딩(宫保鸡丁)이나 궁바오샤추(宫保虾球) 같은 매콤 달콤한 요리와 충화빙(葱花饼), 중국식 생선 구이(烤鱼) 요리는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내가 오늘 주문한 요리는 궁바오샤추와 베이징 가정식 중 유명한 징장러우쓰(京酱肉丝), 충화빙 등 세 가지다.

    징장러우쓰가 조금 짰던 게 아쉬웠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훙산훙은 건물주의 자비가 내려앉은 식당으로 가격 역시 매우 준수하다.

    1인당 한국 돈 8천원 선에서 배부른 한 끼 식사가 가능하고, 여럿이 간다면 그보다 더 저렴하게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정도 퀄리티의 다른 베이징 가정식 식당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싼 가격이다.

    개인적으로는 4명 이상이 함께 가서 다양한 요리를 맛볼 것을 추천한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다시 한번 식당 안에 전시된 우관중 선생의 작품을 둘러보고, 종업원에게 양해를 구해 식당 안쪽에 있는 방에 걸린 컬렉션까지 보고 나오길 바란다.

    798에 들렀다면 아름다운 작품과 맛있는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훙산훙에 꼭 들러보시길.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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