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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pr 22. 2020

<명차열전> '녹차 명검' 태평후괴

#명차열전

<명차열전> '녹차 명검' 태평후괴(太平猴魁)

    빼죽한 찻잎 모양이 중국 무림 고수가 들고 있는 명검을 닮았다.

    청아한 맛과 끝에 치고 오르는 단맛도 무림 비급을 익힌 고수처럼 내공이 느껴진다.

    무협지에 나오는 명검과 무림고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안후이(安徽)성 명차인 타이핑허우쿠이(太平猴魁; 태평후괴)에 대한 이야기다.

    타이핑허우쿠이는 중국의 많은 차가 그렇듯 안후이성 타이핑(太平)현에서 나는 차에 지명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타이핑현은 현재 안후이성의 유명 관광지인 황산(黄山)의 이름을 따 황산시 황산현으로 바뀌었지만, 차 이름에는 여전히 옛 이름이 남아 있다.

    타이핑허우쿠이는 마시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차다. 찻잎 모양이 특이하기 때문인데 앞서 묘사한 대로 꼭 무협지에 나오는 명검을 닮았다.

    타이핑허우쿠의 겉모양을 보면 말린 다시마를 축소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찻잎을 살청(차 잎의 산화효소의 활성을 파괴하는 것)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모양을 검처럼 만들기 때문이다.

    찻잎을 하나 들어 뜯어보면 그 모양이 더 잘 보이는데 1아2엽(1싹2잎)으로 이뤄진 차는 큰 잎 두 개가 싹 하나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타이핑현에서는 이를 가리켜 '2도1검'(二刀一剑)이라고 멋스럽게 부른다. 풀이하자면 두 개의 도가 하나의 검을 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타이핑허우쿠이는 널리 알려진 시후룽징(西湖龙井; 서호용정) 같은 녹차와 달리 덖지 않고, 찌는 방식으로 증제를 한다. 그래서 찻잎이 그을리거나 변색이 되지 않고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찻잎을 찌는 증차는 덖는 차보다 손이 많이 간다. 타이핑허우쿠이만 하더라도 살청을 온도를 달리해 네 차례에 걸쳐한다.

    맛은 화기(火气)가 더 직접 닿는 덖는 차보다 싱그러운 느낌이 강하고, 생풀의 맛이 더 난다. 고소한 맛이 나는 시후룽징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있다. 다만, 두 차 모두 끝에는 단맛이 치고 올라온다.

    타이핑허우쿠이는 1859년 타이핑허우쿠이의 선조로 불리는 정서우칭(郑守庆)이 안후이성 마천(麻川) 천변에 지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명차의 요건인 물을 가까이하고 있다. 대신 해발 고도는 100∼300m로 그다지 높지 않다.

    당시 명칭은 생김새 때문인지 타이핑젠차(太平尖茶)로 불렸다고 한다. 이후 난징(南京), 우한(武漢), 양저우(揚州) 같은 대도시에서 재배됐고, 중국인에게 널리 사랑받았다.

    정식으로 타이핑허우쿠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00년으로 대략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타이핑허우쿠이는 항균 작용과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명차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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