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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6. 2018

'문송들의 메카' 절강요리를 맛보자

#맛객

<맛객> 문송의 고장 절강요리를 맛보자

    오늘 저녁 자리는 바로 절강성 요리집입니다.
    절강 요리가 뭐야? 하시는 분들이 좀 있겠죠? 절강은 중국어로 저장 성. 이렇게 해도 알기가 어렵죠? 그렇다면 비장의 카드.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고향이자 알리바바 본사가 자리한 항저우가 바로 저장 성의 성도(省都)입니다. 아. 거기 서호 있고 거기, 그 쑤저우 옆에 거기. 네. 거기에요.
    그럼 저장 요리를 보기 전에 저장이 어떤 곳인지 좀 살펴보자면, 그냥 문송한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이야 문송이 천대를 받고 그르지만 서도, 예전에 과거 시험이 횡횡할 때는 대접을 받았죠. 특히 남방 문화의 정수인 남송의 수도였던 항저우와 사오싱, 원저우 등등이 바로 저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양자강 인근에 자리한 저장은 닝보, 원저우 등 주요 무역 도시가 자리하기도 해서 화려한 문송 문화를 꽃 피운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또 먹어는 보지 못했지만, 이름만을 알고 있는 동파육을 만든 소동파도 바로 요기 저장 성 항저우에서 관직을 지내며 동파육을 연성해 냈죠.
    저장 요리의 특징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화려합니다. 이름도 화려하고, 플레이팅도 화려하고, 신선한 재료와 부드러운 식감, 담백한 맛이 특징이죠. 아. 일부 음식들은 양념이 강하게 돼서 짜거나 달기도 합니다.
    동파육 외에도 거지닭이라거나 룽징샤런(용정차로 볶은 새우), 민물고기찜 같은 요리들이 유명합습죠.
    오늘 제가 간 식당은 우리동네인 왕징에서 가장 비싼 저장 요리집인 ‘샹저후이’(香浙?)라는 식당입니다.
    고급 식당답게 인테리어나 플레이팅 등이 뛰어난데요. 생각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너무 직설적이지만, 저는 솔직하니까요. 하지만 저장 요리가 신선한 중국 남부지역에서 나는 요리를 가지고 만든 다는 것을 생각하면 풀떼기도 제대로 나지 않는 베이징에 있는 저장 식당이니 어느 정도 감안은 하고 먹어야겠죠?


    일단 여느 때처럼 맛난 순서대로 음식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먹은 음식이 워낙 많아서 길게 코멘트를 하기도 힘들 거 같습니다.
    먼저 요상스럽게 생긴 고둥을 먹었습니다. 바다 고둥의 한 종류 같은데 우리식으로 새우장 만들 듯 간장에 절여 내는 음식입니다. 맛은 다슬기를 간장에 재서 맛하고 비슷한데 일단 육질이 부드럽고, 살이 실해서 씹는 맛이 있더군요. 처음 냉채로 나온 음식인데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젓가락이 계속 갈 정도로 너무 맛났습니다.
    그다음은 물고기 튀김인데요. 겉에 간장 베이스 소스를 발라서 바싹 팬 같은 곳에 기름을 많이 잡아서 튀겨낸 것 같았습니다. 흰살 생선을 튀긴 것인데 위에 얹은 양념장이 적절히 들큰하고 맛있었습니다.
    오늘은 연근 요리도 두 가지가 나왔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연근 조림입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 조림이 아니라 약간 뭐랄까? 좀 더 찐다고 해야나. 연근이 아삭아삭해서 좋기는 한데 저는 가끔 좀 푹 익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요리가 바로 그런 식으로 연근을 푹 쪄서 다시 조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연근 사이사이에는 또 찹쌀 같은 재료로 속을 채워서 식감을 살린 게 매력적인 요리입니다.
    그담은 통풍 때문에 좀 절제하고 있는 육류 요리들이 좋았습니다. 주로 해산물 요리가 많은 저장 요리지만, 동파육이라든지 홍샤오러우, 돼지 갈비찜 같은 육류 요리도 훌륭한 편입니다.
    오늘은 설탕 환장 파티를 한 홍샤오러우와 돼지 갈비찜이 꽤 괜찮았는데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홍샤오러우를 고를 거 같아요. 혹시 음식남녀라는 영화를 보셨다면 그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아버지가 열심히 만드시는 요리가 바로 홍샤오러우입니다. 홍샤오러우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에요. 그만큼 또 맛이 좋습니다. 물론 설탕을 한 주먹 넣고, 간장을 때려 붓기 때문에 단짠단짠해서 맛이 없을 수가 없긴 합니다.
    나머지 음식 중에 기억에 남는 음식은 해물 요리들인데요. 일단 전복 구이. 전복을 자잘한 크기인 것으로 요리를 해 한입에 먹기 좋았습니다. 생통후추를 같이 준 점도 너무 좋았습니다. 생통후추를 두 알씩 얹어서 먹어 봤는데 전 비려서 잘 못 먹는 전복이 통후추의 화한 맛이 합쳐지면서 하나도 비리지 않더군요. 그 다음은 참조기 조림인데요. 이 요리 역시 저장 성 특유의 간을 좀 세게 잡는 조리법으로 쌀밥이 있으면 그냥 바로 한공기 뚝딱할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또 민물고리 요리 중에는 쏘가리 찜이 나왔는데 이건 가시가 좀 많아 먹기는 불편해요. 대신 탕 국물 양이 많아서 간이 좀 약한 편입니다. 민물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밖에 맛은 그닥이지만 기억에 남는 음식은 돼지뼈무우찜인데요. 무를 시원스럽게 크게 잘라서 돼지 다리뼈를 골 채로 파먹는 요립니다. 이건 하얼빈에 갔을 때 먹었던 구빵과 비슷한 요린데 맛을 비교했을 때 한참 떨어졌습니다. 다만 그 모양이나 맛이 아주 정성이 많이 들어 갔겠다는 느낌은 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저장 요리가 짠 편이어서 목이 마를 수 있는 데 오늘 두부탕이 나왔더라고요. 이건 그냥 한국 두부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원한 국물에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서 끓이는 데 중국 두부는 약간 태운 듯 누린 맛이 나거든요. 이집은 그 조절을 미묘하게 해서 너무 누린내가 나지 않도록 잘 조리를 했습니다. 국물 맛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시원합니다.
    주식으로는 복(福)자가 써 있는 만터우(속에 소가 없는 만두)와 해물 교자가 나왔는데요. 두 만두 다 엄청 맛이 좋더라구요. 만터우는 아까 참조기 찜 소스에 찍어서 먹었는데 짭쪼름한 국물이 만터우에 스며들어서 하나를 금방 먹었습니다. 해물교자는 중국 만두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라든지 야채의 비릿한 맛이 나지 않고, 정말 한국에 있는 맛집의 만두 같은 맛이 났습니다. 특히 만두피가 너무 얇아서 시스루(만두왕 좀 쓸게) 만두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습니다. 보통 중국 만두가 피가 두꺼운 편인데 간만에 한국 만두가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오늘 반주는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의 명주인 시펑주(西鳳酒) 30년산을 먹었습니다. 오늘 자리를 주최한 회사의 공장이 시안에 있어서 이 회사는 항시 이 술을 가지고 나오거든요.
    아. 그리고 후식으로는 집으로 돌아와서 산둥성 황금 고구마를 에어후라이어에 궈 먹었습니다. 후식을 먹지 않는 것은 그 끼니를 먹지 않은 것과 같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욧~
#맛객 #저장요리 #동파육어디갔음 #단짠좋아하면도전 #맛보다겉모양에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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