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통신사 특파원의 마감 러쉬에 대한 단상>
특파원이 아니라도 통신 기자들은 눈을 뜨자마자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며 일과에 내몰린다.
통신기자는 사실 지면이나 방송이라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마감'이 없다. (대신 무간지옥인 인터넷면이 있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마감없음'이 시도 때도 없는 마감에 시달리게 하는 원흉이 된다.
일단 내 케이스로 설명하면, 아침(?)에 대략 5시 전후로 눈을 뜬다. 아침 발제를 위해 대충 이만 닦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주요 현지 매체를 둘러봐야 한다. 대충 스크린이 끝나면 전날 천조국 특파원 선배들이 쓴 기사를 쭉 훑어보고, 아침 조간 국제면을 체크한다.
그리고 트럭제 아재가 트위터로 무엇을 싸 놨는지 확인하면 아침 출근 사전 준비 마무리.
그담엔 빛의 속도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거실 온수 매트로 돌아와 어제 먹다만 귤같은 거 까먹으며 잠시 힐링타임을 갖는다. 아침에 부스럭거리면 상록수 같은 양반이 애들 깬다고 짜증을 내니 발뒤꿈치를 드는 것은 생활 매너다.
아침은 언감생심이고 일단 일진 선배를 뫼시고, 회사 차를 운전해 사무실에 도착하면 대략 7시.
초벌 발제 자료를 바탕으로 진짜 쓸 내용을 착착착착 정리한다.(중간중간 따봉이 잘 쌓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
오전 8시께가 되면 본사 국제부와 기사 조율이 끝나고, 기사 작성에 돌입해 석간(문화일보, 내일신문, 아시아경제) 마감 시간 전(대략 늦어도 10시쯤)에 기사를 배포한다. 이렇게 첫 마감을 막는다.
기사는 주로 새벽새 트럭제님이 싸 놓은 똥에 대한 중국의 맞똥이 주제다.
오늘은 <中매체 "新 NAFTA 독소조항 中겨냥…美, 독불장군 같이 굴어">와 <주미 中대사 "비핵화 단계적 접근이 최선…美우호정책 뒤따라야"(종합)> 요 두 똥을 잘 포장해 내보냈다.
그런 다음 공항 취재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개인 정비 시간을 갖고, 페북에 먹을 거 사진도 좀 올린다.
여기까지 마친 뒤에는 기사 작성에 들이는 정성의 한 5배쯤을 들여 페북에 쓸 단상, 맛객, 테니스 글의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정리되면 핸드폰으로 작성 및 촬영 후 게시한다.
이쯤되면 갓모님이 오셔서 도마 소리를 '탁탁탁탁' 내주시는데 부엌으로 건너가 메뉴를 묻고, 음식 만들 때 옆에서 껄떡 껄떡 뭘 좀 주어 먹으면 오전 일과는 끝.
다음 마감은 조간신문 마감인데 한국 시간 오후 4시쯤이니 여기로 오후 34시까지는 그날 굵직한 일정이나 공항 취재, 외교부 브리핑 등 내용을 기사로 송고한다. 물론 큰 이벤트(a.k.a 김정은 방중)가 있는 경우 하루 종일 손이 부러질 때까지 쓰고, 쓰고, 또 쓴다.
마지막 마감은 지상파 방송 및 종편 메인 뉴스 시간인 오후 8시와 케베수 9시 뉴스, 여기 시간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정도인데 크게 그럴 일은 없지만, 가끔 단독기사가 나가면 사후 처리를 해야 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조간신문 가판이 나오면 이를 확인하고, 땜질을 좀 해주면 대충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때로는 조간신문 판갈이가 걸리는 경우가 있어서 오후 11시께까지 대기하기도 하는데 국제부에서는 그렇게 큰 일은 없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이게 처음에는 하루 최소 3번 마감에 멘붕이 오는데 그냥 하다보면 일상 같고, 공기 같고, 월급 같고, 장난감 사달라는 아해들의 얼굴이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다 하게 돼 있다.
기러기라 만날 욕 먹고 그르지만 방송이나 신문이나 대부분 기자가 약간만 다를 뿐 이런 사이클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상 #마감이란이름의지옥 #기러기욕하지마요 #우리만그런가? #신문방송선배들뭔가편해보여 #남의떡이커보이겠지
++이제 대사관 백블을 가보까나. 백블은 백브리핑인데 불백 같다 ㅋㅋㅋ 아 아재같에
++아니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자기일이지. 재드래곤도 세상 힘들 고임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