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8. 2018

베이징서 만난 북한사람들...북한취재 메카 수도공항

#취재현장

베이징 공항 T2로 들어가는 공항고속도로 톨케이트. 이곳에서 통행료 5위안을 내야 한다.


     <취재현장> 베이징 공항고속도로

    밥 먹고 공항에만 다닌다고 할 정도로 나는 공항에 자주 간다.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일하러 가는 거다.

    이럴 거면 왜 공항을 그만두고 기자가 됐는지도 헛갈릴 지경이다.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뻔질나게 공항에 드나들다 보니 베이징 공항이라면 자다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설계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빠삭하게 알고 있다.

    내가 공항에 가는 목적은 주로 북한 인사들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은 북한이 외국을 나갈 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허브 공항이다. 그래서 북한 주요 인사들이 해외 순방이나 국제회의 같은 행사에 참석할 때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리설주 여자, 김여정 부부장, 김영철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등 웬만한 북한 인사는 베이징 공항에서 다 만나볼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베이징 공항만큼 확실한 대북 취재처가 없는 셈이니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

    나와 나의 파트너인 현지 직원 영혜는 일본 매체들의 오까네(おかね.돈)와 인해전술에 항상 시달리면서도 끈질기게 베이징 공항 취재를 하는 유일한 한국매체로서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심정으로 이곳을 지킨다.

    그래서 나와 영혜는 베이징 공항을 '장판파'라 부른다.

    공항 취재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흔히들 터미널이나 공항 주차장, 조금 더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VIP 통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대답은 모두 틀렸다.

    공항 취재는 바로 베이징 2환에서부터 공항까지 연결된 공항고속도로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무슨 도로에서 취재를 한다고?'

    언뜻 이해가 안 가겠지만, 나와 영혜는 공항고속도로에 올라탄 순간부터 온 신경을 집중해 취재를 시작한다. 

    일단 도로 상황을 잘 봐야 하는데 중국은 VVIP급 인사가 방중할 경우 그 인사의 편의를 위해 동선에 따라 도로를 통제한다. 이를 '관제'(管制)라고 부른다.

    취재 당일 반대쪽 도로에 공안이 배치돼 관제가 되고 있다면, 필시 중요한 인물이 중국 땅을 밟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긴장한 상태로 공항에 가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북한대사관 차량이 도로에 보이는지다.

    공항 취재는 철저하게 비행기 스케줄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비행기 도착시간이 오후 1시면, 오후 1시 이전에는 도착할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 보통 의전을 맡은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도착시간보다 약 한 시간∼한 시간 반 정도 전에 공항으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시간대에 맞춰 공항고속도로에 올라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북한대사관 차량이 있는지 유심히 살핀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거다. 

    '아니, 차에 이름이 쓰여 있나요?'. 응. 쓰여 있다.

    중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각 나라 외교공관에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기본적으로 대사관 차량 번호판에는 '사'(使)가 쓰여 있고, 나라별 고유번호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다.

    북한대사관의 고유번호는 '133'이다. 그 뒤에는 '133000' 이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지는 데 보통 대사 차량이 '001', 우리가 '1호차'라고 부르는 번호판이 붙는다. 그러니까 도로를 달리다가 '133001' 번호를 단 벤츠 차량을 보면 속도를 내서 후다닥 공항으로 달려가야 취잿거리를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사가 직접 영접을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직급의 북한 인사가 공항에 온다는 소리니까.

    '아니 그럼 다른 나라 번호판도 외우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모든 나라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주요국의 번호판은 다 외우고 있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면 한국 '196', 미국 '224', 일본 '235', 러시아 '198', 유엔 '300' 등이다. 아. 그리고 단풍국인 캐나다는 '123'이다. 그냥 외우기 쉬워서 자동으로 외웠다.

    그리고 내가 기억이 잘 안 날 때는 영혜한테 물어보면 된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서로 기억력에 차이가 있지만, 둘이 합치면 웬만한 주요 국가는 다 걸리게 돼 있다.

    이제 공항고속도로가 왜 공항 취재의 시작점인지 좀 알 이해가 가는가.

옛 공항 터미널인 T2는 새로지은 T3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다.

    여담으로 베이징 공항고속도로가 약간 중국스러운 점이 하나 있어 소개해 본다.

    내가 주로 가는 북한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T2로 이어지는 공항고속도로는 예전에 깔린 옛 공항고속도로다. 이 도로의 통행료는 5위안(약 800원)이다. 통행료는 들어갈 때만 받고, 공항에서 시내로 나올 때는 따로 받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 지어진 T3로 이어진 신공항고속도로는 통행료가 10위안(약 1640원)이다. 게다가 들어갈 때 나올 때 두 번 돈을 받으니 통행료로 20위안이 든다. 여기서 좀 재밌는 부분이 있는데 T2와 T3는 서로 무료 셔틀이 다니고, 내부 도로로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T2가 조금 더 북쪽에 있고, T3가 그 밑에 위치하는 데 이 두 터미널 간에 무료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T3에 갈 때도 T2쪽으로 들어가면 통행료를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에이. 그래도 거기까지 이동하는 기름값이 더 나오지 않나요?'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몇 번 직접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확실히 T2로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심지어 길을 좀 돌아가는데도 공항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더 빠르다. 

    이게 이해가 잘 안 갈 테지만 중국은 그런 나라니까 그렇게 알면 된다. 그래도 좀 부연하자면, T3 쪽 신공항고속도로를 타더라도 나처럼 어차피 옛 공항고속도로로 다시 합류해야 하는 차들은 본류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또 계속 합류하는 차량이 적체되기 때문에 교통 체증에 짜증까지 나는 일을 겪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항에 갈 때는 T3에서 바로 출국하는 것이 아니라면 될 수 있으면 T2로 가는 것이 비용적으로 보나 시간상으로 보나 이득이란 소리다.

    그렇다. 이 글은 일반인이 알 필요도, 알아봐야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잡설이다. 아. 한국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취재하는 거 솔직히 너네 회사 좋으라고 하는 거 아냐?' 라고 할수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북핵, 남북관계, 북미관계, 6자회담 등 북한 이슈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보도를 안하면 승냥이 같은 주변 강대국들이 이를 호도해 남북간 이간질 못시켜 혈안이 된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특정국가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북한 이슈에 관심 많은 나라는 모두 이런 국가에 해당된다. 이 상황에서 그저 손을 놓고 있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걸 가리켜 '정보주권'이라고 한다. 

     한국언론을 대표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곤한 공항 일이지만 허투로 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취재현장 #베이징공항 #T2가성비갑 #T3그켬

++돼지터리언 베이징 방랑기 구독해주세요.

https://brunch.co.kr/@kjbsem

에세이 시리즈 <단상>

생생한 베이징 특파원 취재현장 <취재현장>

동물이야기 <초보 댕댕이시터의 보모일기>

지금 들러보세욧.

나는 플라이트레이다24의 명예로운 골드회원(유료 사비ㅠㅠ)



작가의 이전글 국악으로 서양 관현악단 연주 가능? 응. 가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