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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7. 2018

국악으로 서양 관현악단 연주 가능? 응. 가능

#단상




<악평>국악으로 서양 관현악단 가능? 응. 가능

    베이징을 방문한 박원순 시장을 따라 한중 우호를 다지는 공연을 하기 위해 서울시 국악 관현악단이 한국의 예술의 전당격인 중국 국가대극원에서 공연을 했다.

    근데 이름이 어찌 국악인데 관현악단을 꾸렸다고? 제례음악이나 뭐 그런 건가. 라는 생각으로 공연에 대해 반신반의를 하다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모처럼 록수와 문화생활도 할 겸 일단 가서 보자는 마음에 공연장으로 달려 갔다.

    국내 최고의 국악 축제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6년 출입에 빛나는 나지만, 사실 막귀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6년이면 사서삼경 일독을 한다지 않나.

    어쨌든, 뭐 그래도 6년 간 허송세월만 한 것이 아녔기 때문에 듣는 귀가 생겼겠거니 생각하고 기대반 의심반으로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으로 향했다. 국가대극원은 중국의 국가공인 공연장으로 천안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1호선을 타면 A출구 쪽에서 바로 국가대극원 쪽으로 갈 수 있는 별도의 통로가 있다.

    국가대극원은 위치로는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과 같고 크기로는 예술의 전당과 맞먹는다.

    왕년에 허세 부리느라 클라식 좀 들었던 나는 클라식을 연주하는 교향악단도 아닌데 국악기로 관현악을 할 수가 있을까? 같은 사대주의적 생각을 하며 공연 관람을 시작했다.

    예정된 공연시간인 오후 8:00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박원순 시장, 베이징 부시장 등등 축사를 하느라 실제 공연은 8:30에 시작됐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악기의 배치였다. 사실 국악 관현악단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리축제에서 수차례 보긴 했는데 주로 무대 아래나 뒷편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아예 전통 국악 아니면 획기적인 퓨전 공연이 주를 이루는 소리축제에서 관현악단은 무대의 주인공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눈여겨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와. 내가 왜 진즉 국악 관현악단을 찾아보지 않았나 싶었다.

    다시 악기배치로 돌아와 썰을 풀면, 국악 관현악단의 배치는 서양 교향악단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를 도식적으로 교향악단 배치도와 함께 살펴보자.

     일단 현악 파트 악기의 대응은 이렇다.

     해금=바이올린, 가야금=비올라

    거문고 1그룹=첼로, 거문고 2그룹=콘트라베이스

    목관과 금관 파트는 동서양 악기의 가지 수가 차이가 남으로 국악기만 나열해 보면,

    목관 파트는 =대금, 소금

    금관 파트는 =태평소, 피리(목관인데 소리가 금관)

    타악 파트는 서양 악기를 주축으로 국악기를 더해 강화하는 형태로,

    서양 교향악 타악기인 큰북, 작은북, 팀파니, 심벌즈를 어쩔 수 없이 악단 구성을 위해 기본으로 배치하고, 여기에 국악기인 꾕과리와 장구, 징을 더했다.

    건반 파트는 대응하는 국악기가 없어 피아노 대신 키보드를 두었다.

    악기배치를 교향악단과 완전히 같게 해둔 점도 매우 인상 깊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교향악단식 악기 구성을 갖췄기 때문에 국악 관현악단은 대중가요는 기본적으로 연주가 가능하고, 관현악 편성의 서양곡과 국악곡도 연주가 가능했다.

    그렇다고 교향악의 아류라고 치부하기엔 서양 관현악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국악 관현악단이 교향악에 비해 갖는 장점은 악기가 서양음악 틀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째즈처럼 변칙을 주면서 연주자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고, 국악의 강점인 타악 파트가 멜로디 파트의 메인인 해금 만큼 역할이 크기 때문에 더 흥겹다고 할까. 아무튼 막귀인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특히 타악 파트의 미친 리듬은 메탈 음악 뺨 싸다구를 때릴 만큼 대단했다. 타악 파트가 화려하면서도 정갈하게 박자를 잡아 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연주도 안정이 되는 점도 바이올린이 곡을 이끌어 가는 교향악과 달리 신선한 느낌이었다.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관현악단과 한국의 해금, 중국의 얼후의 협연이었다.

    해금이 마치 서편제의 오정해처럼 가녀리고, 갸냘프고, 고이접어 나빌래라한 매력이 있다면, 얼후는 중국영화 쥐화타이(菊花台)의 공리처럼 비련의 주인공이면서도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강인한 매력이 있었다.

    음악을 생전 안 좋아하는 와이프도 매우 만족해 했을 정도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악평 #국악관현악 #머시따 #전주세계소리축제꼭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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