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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7. 2018

스파이와 그를 쫓는 40인의 기자들

#취재현장



    오늘 간만에 베이징 공항에 장이 섰다.
    말만 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난장판.

     베이징 공항을 정기적으로 취재하는 매체는 일본 10개, 한국 1개 매체다. 이런 날은 각 매체당 3~4명씩 인력이 배치돼 대략 40여명의 취재진이 장사진을 친다.
    오늘 요리 아니 손님은 거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등 3명이다.
    이들은 2차 북미 정상회의 마지막 의제와 일정 조율을 위해 뉴욕에 간다. 베이징이 어딘가. 북한이 어딜 나갈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장판파 아닌가.
    오늘 같은 날은 온갖 잡새 아니 잡기자들이 다 몰리기 때문에 취재가 치열하다. 그래 봐야 이 중에서도 특종은 따먹는 놈이 따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우리 작전은 '너구리 사냥'. 이 작전은 김영철이라는 인물이 올 때 펼치는 작전이다.
    작전명처럼 공항에 있는 출현 가능한 출입로를 모두 봉쇄해 물 샐 틈 없이 막는 것이다.
    김영철이 누구인가.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수장 출신으로 뼈 속까지 스파이의 피가 흐르는 인물.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골치가 썩는 인물 중 하나다. 이유는 온갖 속임수를 써서 언론 노출을 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VIP 통로로 북한대사 차량을 내보내며 우리의 시선을 끌고 유유히 일반 통로로 빠져나갔다. 우리가 탑승객 정보를 빼낸다는 것을 알고는 역정보를 흘리려고 비행기표 예약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온갖 방중술 아니 기만술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가 막연이 북한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의 협상 스타일은 말그대로 막무가내 전법이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 함께 막무가내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양반이라 할 수 있겠다. 한반도가 진정한 평화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비핵화 논의가 시작되면 아마도 김영철과 리선권은 다 협상테이블 뒷전으로 물러날 것이다.
    어쨌든, 과거 전적이 있어 오늘은 나, 영혜, 막내 숙연이까지 공항에 총출동하고, 북한대사관에도 2진 선배가 경계를 서고 있다.
    물 샐 틈 없는 그물을 쳤으니 이제 물고기만 기다리면 되는 셈이다. 오늘도 빠져나간다면 뭐 스파이가 대단한 거라 어쩔 수 없는 거다.
    오늘은 김영철 일행이 뉴욕에 가는지 봐야기 때문에 아마도 12시간 정도는 공항에 상주하며 보초를 서 얄 거 같다. 10년차가 코앞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막내가 해야 하는 일인 것을.
#취재현장 #장이섰다 #영철아재어서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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