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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30. 2018

중국에는 중화요리(?)가 없다고? 진짜 없다

#맛객 


 

   중국에서 중화요리가 먹고 싶다고?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중화요리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그렇다. 중화요리가 먹고 싶다. 미치도록 먹고싶다. 중국에는 짜장면과 짬뽕이 없다.

    다들 알다시피 짜장면과 짬뽕은 한국에 들어온 화교들이 중국 요리를 한국인 입맛과 한국스타일대로만든 음식이다.

    중국에서 아무리 한국식 짜장면을 찾아보려 해도 없을 뿐 아니라, 동명의 짜장면이 있기는 한데 그 맛이 아니다. 

    예전에 유학 시절 중국의 짜장면이 너무 궁금해 록수와 함께 베이징 시내 충원먼 앞에 있는 1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짜장면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아주 단촐한 춘장 아니 된장에 가까운 콩장에 오이, 계란고명, 야채 둬서너 종류가 얹어진 면 요리였다. 우리가 먹는 짜장면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맛이고, 일단 우리가 상상하는 그 맛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짜장면을 상상하고 먹어서인지 맛이 되게 없었다. 요새는 가끔 한 번씩 중국식당에서 먹기도 하는데 이제 맛을 알고 먹어서 그런지 전에보다는 맛있게 먹는 편이다.

    아무튼,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다.

    당구장이나 이사 후 먹는 짜장면을 상상해보라. 그 달큰하고, 짭조름하면서도, 양파 향이 은은하게 나고, 춘장이 센 불에 살짝 그슬린 맛이란, 캬~~. 근데 여기에 없다.

    아니 왜 없어요? 요새 한국 식품들 다 중국으로 들어가던데 한국 춘장 사다가 볶으면 똑같지. 하겠지만 없다. 아 그냥 없어 아무튼. 떡볶이 없는 거랑 똑같은 원리로 그맛이 안 난단 말이다.

    그럼 미치도록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우리가 차선책으로 찾는 곳이 동보성이다. 이곳은 한인촌인 왕징에 자리하고 있는데 입주한 건물이 을씨년스러워서 그렇지 그나마 가장 비슷한 한국식 중화요리를 낸다. 사장님은 동포분이신 것 같은데 한국어, 중국어를 모두 하신다.

    동보성은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해 중화요리를 만드는 데 맛이 한국 것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물이나 다른 재료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100% 완벽하게 맛을 재현하지는 못한다.

    오늘은 2진 선배와 주재기관의 상견례 자리에 1진 선배와 나까지 모두 자리를 했다. 메뉴 선정은 항상 나와 상의하는 편인데 나는 이곳을 추천하지는 않았지만, 좀 조용한 곳을 원한다는 요청에 이곳으로 츨입처 분들이 예약을 잡았다.

    이곳은 특파원들이 귀임할 때 마지막 환송회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30명이 넘는 특파원단이 자리할 만한 공간이 이곳밖에는 없다. 그리고 일단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오늘의 메뉴는 전가복, 백두산 송이탕, 깐쇼새우, 탕수육, 표고 새우튀김, 고추야채볶음과 꽃빵, 양장피와 후식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오늘 반주는 전에도 소개했던 샤오후투센주다. 다시 설명하면 한국말로 샤오는 '작은 또는 조금', 후투는 '어리석은', 센은 '신선'이란 뜻이다. 합쳐서 풀이하면 '조금 어리석게 살면 신선처럼 살 수 있다'가 되시겠다.

    내가 유달리 이곳을 피하는 이유는 어설프게 중화요리 맛을 보면 더 미친듯이 한국 중화요리가 먹고 싶어서다. 그래서 이곳을 특파원 환송회 때가 아니면 잘 오지 않는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밥을 먹었는데 웬걸? 맛이 변했다!!!

    이곳을 오랜만에 와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맛이 좋아졌다. 이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부임한 뒤로 이곳에서 20번도 넘게 환송회 및 기타 행사를 해서 음식 맛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동보성은 얼마 전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누가 낸 소문인진 모르겠지만, 동보성이 사드 이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났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일은 터졌고, 손님들은 지레짐작 동보성으로 오는 발걸음을 끊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정말 너무 속이 상해 곧 교민 신문에 광고라도 낼 생각이라고 하셨다. 

    어쨌든 시련은 사람은 단단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동보성은 얼토당토않은 모함을 극복하기 위해 주방장을 바꾼 건지 음식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인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 같았다. 예전의 맛이 싱크로율 5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까지 한국 중화요리의 맛을 재현해 냈다.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것 같아 식사 중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니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동보성이 문을 안 닫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나마 다행이다는 생각과 함께 동보성이 진짜 없어지기 전에 나라도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보성 고마워요. 왜 맛 평가는 안 하는지 궁금하겠지만, 왜냐면 그냥 여러분 동네에서 시켜 먹는 짜장면이 더 맛있어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맛이 궁금하면 동네 중국집에 지금 전화하라.

#맛객 #동보성힘내 #없어지면안돼 #중화요리는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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