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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5. 2018

광둥요리 잘 아세요? '차오산의 이름으로' 아멘

#맛객

차오산식 홍샤오러우.
홍샤오러우로 조리한 전복과 돼지고기

<맛객> '차오산의 이름으로' 아멘…믿고먹는 一家一饭堂


    불금.

    fire gold.

    火金.

    仏金.


    그렇다. 불타는 금요일. 우리는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먹잇감을 찾아 식당가를 어슬렁거린다.

    사실 후배인 선양(瀋陽) 특파원이 오기 전에는 나에게 불금이 없었다. 금요일 야근 고정에 토요일 주말 당직 고정. 뭐야 너무 한거 아니야? 하겠지만, 기자 사회란 그런 것이다. 대신 후배한테 돈을 1원 한전 내라고 하진 않는다. 아. 물론 혜택은 다 보고 돈도 안 내는 얌체 같은 선배도 간혹 있긴 하다.

    어쨌든 한 달 전부터 생겨난 불금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나는 금요일마다 먹사형과 함께 내 주 활동무대인 왕징을 벗어나 베이징 시내 곳곳을 탐방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간 곳은 대사관 인근에 있는 차오산 맛집 '이자이판탕'(一家一饭堂)이라는 프렌차이즈 맛집이다. 매번 프렌차이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설명하지만, 중국의 프렌차이즈는 균질한 음식을 내지 않는다. 매장마다 추스(厨师·주방장) 솜씨에 따라 그 집의 맛이 결정된다.

    이 집이 나와 먹사형의 레이더에 걸렸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집이란 것을 이제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차오산이란 지역에 대해서 말했지만, 중국에서 광둥(廣東) 또 그중에서도 차오산은 '맛의 고장', '맛의 정수'라는 의미를 지니며, 한국에서 '전주식당'처럼 맛집의 고유명사로 사용된다. 

    지난번에 내가 방문했던 차오산 훠궈집은 광둥식 훠궈에 차오산이라는 훌륭한 소고기 산지의 고기가 어우러져 엄청난 맛의 향연을 보여줬다면, 오늘 간 이 집은 차오저우(潮州)와 산터우(汕头)식 전통 광둥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물론 베이징에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를 해선 안 된다.

화려한 수상경력 빛나는 一家一饭堂

    일단 차오산에 대해서 좀 부연하자면, 차오산요리는 중국 4대 요리인 광둥 요리의 한 지류로,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광둥 요리는 광저우(广州)요리, 차오저우(潮州)요리, 둥장(东江)요리로 나뉘는 데 이 집은 차오저우요리를 바탕으로 한다.

    여담으로 광둥요리가 유명한 이유는 해안가를 따라 자리해서 식재료가 해안, 내륙으로 양쪽으로 모두 풍부하고, 해외에 자리 잡은 화교 중 60%가 광둥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이름을 날린 것도 한 이유다. 

    심오한 광둥 요리를 굳이 개괄적으로 설명하자면, 둥가리, 굴, 새우, 조개 등 해산물 요리가 풍부하고, 채소 요리 역시 버섯, 배추, 가채(갓 종류), 산나물같이 생긴 호국채 등 재료가 다양하다. 

    또 달달한 디저트가 엄청 유명한데 호박, 고구마, 토란, 은행, 남올방개(물밤), 연밥, 감귤, 파인애플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오저우요리가 다른 요리와 구분되는 것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소스다. 예를 들면 가재 요리를 먹을 때는 반드시 귤소스를 곁들이고, 게요리에는 생강 식초 소스를 겉들이고, 조린 거위에는 매실과 겨잣가루를 섞은 소스를 곁들이는 식이다.

    이런 학술적인 거 말고 먹방계의 신과 같은 이영자 누님식으로 내가 여태껏 먹어 본 광둥 음식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자면, 일단 화려하고, 풍부한 식재료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소스를 곁들여 식객의 기호를 맞춰 내는 그런 요리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야 하기 때문에 재료의 선도가 떨어지는 베이징 같은 데서 먹었다가는 잘못하면 비리고, 맛없고, 이도 저도 아닌 요리가 나올 수 있다.

    다시 이자판탕으로 돌아오면, 이 집은 영리하게 식재료 선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양념과 소스 간을 세개 해서 돌파했다.

    먼저 이 집은 여러모로 나에게 충격을 줬는데 일단 추천해준 사람이 마른 족의 표본이자 식탐이라곤 전혀 없는 우리 1진 선배다. 거기에 식당의 위치가 바로 매주 월요일 대사관 브리핑이 끝나고 매번 가는 그 한식당 '비원'의 바로 옆에 있었다는 점이다. 진짜 등잔 밑이 어둡다니 이자판탕에 도착했을 때 비원에 가는 게 싫어 이런 밥을 먹느니 차라리 먹사형과 팻버거를 먹겠다며 햄버거 패티를 뜯던 날들이 주마등 처럼 스쳤다. 그냥 옆집 가서 먹었음 됐을 텐데 말이다.

    오늘의 메뉴는 차오저우식 홍샤오러우, 굴전, 건새우 매운 볶음, 게살 계란탕, 돼지갈비찜, 소고기 볶음요리, 가리비 당면찜, 솥밥 등이다.

    역시 항상 하듯 맛난 순서대로 소개를 해보자면, 오늘의 메인은 차오저우식 홍샤오러우였다. 재료는 전복, 두툼한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그리고 바닥에 깔린 고구마까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이 홍샤오러우가 무엇인지는 음식남녀란 영화를 보면 잘 나온다. 일단 손이 많이 가고, 또 설탕이 무지 들어간다. 하하하하하.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에 계신 선배 중 한 분이 요리에 취미가 있어 집에서 가사 일을 해주는 아주머니께 홍샤오러우 요리법을 배웠다는데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이 아주머니는 이 방식으로 김치찌개를 끓이시는데 그 깊은 맛은 한국에선 맛볼 수 없다고 한다. 궁금하신 분은 한번 조리법을 찾아보길 권한다.

    홍샤오러우에 들어간 전복은 작은 크기로 썰지 않고 통째로 들어가 있다. 칼집을 내지도 않고 넣었는데 홍샤오러우의 양념을 끼얹고 조리는 특유의 조리법 때문에 전복 살 안까지 양념이 배어서 전복 특유의 맛과 양념의 맛이 조화를 이룬다. 만약 칼집을 냈다면 이런 맛이 아니라 양념 맛이 너무 강해 맛이 없었을 수도 있다.

    돼지고기는 비계가 두툼한 것을 쓰는데 홍샤오러우 조리법을 제대로 이용하면 돼지비계가 눈 녹듯이 입안에서 녹게 돼 있다. 이 집 고기는 진짜 눈 녹듯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릇 바닥에 깔린 고구마는 돼지고기 육즙과 전복의 해산물 향, 그리고 소스의 맛이 배어 역대급 풍미를 자아냈다. 진짜 왜 광둥 광둥하는지 알 수 있는 맛이다.

    다음으로 맛났던 것은 건새우 매문 볶음이다. 이 건새우는 맥주 안주로 가장 적합한 요린데 이 집의 특징은 건새우를 너무 바삭하게 하지 않고, 약간 소스를 물을 많이 잡아서 눅눅한 식감이 나게 했다. 그리고 매콤한 향이 골고루 배게 조리를 해와서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 느끼할 수 있는 광둥 요리의 밸런스를 잡아 줬다.

    그다음은 굴전, 굴전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굴전 맛이다. 다만 통영 굴처럼 해안가에서 바로 먹는 게 아니라 선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돼지고기 갈비찜도 이 집의 메인메뉴로 손색이 없다. 일단 갈비가 잡고 딱 뜯기 좋은 정도로 갈빗살을 붙잡고 있어 뜯는 맛이 있고, 양념이 골고루 잘 배어 있다. 마치 압력솥을 이용한 듯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양념이 스미게 쪄낸 것이 포인트다. 

    그다음은 가리비 당면찜. 그 상상하는 가리비에 약간 기름을 넣고 볶은 당면이 간장 소스에 얹어 나온다. 나는 그냥 가리비만 쪄 먹고 싶은데 중국인의 기름 사랑은 말릴 수가 없다. 대신 건새우 매운 볶음을 곁들여 먹었다.

    소고기볶음은 의외로 평범했는데 일단 소고기를 둘러싼 양념이 색에 비해 전혀 소고기에 스미지 않아 겉도는 맛이 난다. 그러다 보니 고기 따로, 겉에 양념 따로여서 느끼함이 배가 됐다. 전형적인 잘못 조리된 광둥 요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메인 디시는 게살 계란탕. 이 요리는 우리 1진 선배가 역대급이라고 추천한 요리인데. 나는 이걸 먹고 결심했다. 아. 입이 짦은 사람이 추천한 음식은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주식으로 먹은 솥밥은 광둥, 홍콩 요리에서 쓰는 샤궈(沙锅)를 이용해 밥을 짓는 것인데. 이게 우리나라 뚝배기같이 숨을 쉬는 그릇이다. 뚝배기와 다른 것은 숨을 완전 호쾌하게 쉬어서 국물이 잡힌 요리는 밑에 받침을 따로 준다. 왜냐면 숨구멍이 하도 커서 국물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반주로는 흑룡강성에서 나는 금조교창(金祖窖藏)이란 비교적 낮은 도수인 42도짜리 바이주를 마셨는데 그닥 유명한 술은 아니어서 흑룡강 술이라는 정도만 알아 두자. 아마도 이름으로 미뤄 금조라는 회사에서 굴 같이 저장고를 만들어 오랜 시간 숙성시켜 파는 술 같다. 그래도 쌀이 맛난 동네니 맛이 나쁘진 않았다.

1진 선배의 픽 '게살 계란탕'과 주식인 솥밥을 퍼내고 밑에 누른 밥을 걷어 내는 모습, 반주인 금조교창

    대사관 사람들과 특파원, 기업인들이 왜 이곳을 베이징서 가장 맛난 광둥 요리집이라고 하는지 이해는 갔다. 일단 양념이 다른 광둥요리집보다 세서 한국인 입맛에 맞고, 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를 양념으로 보조하는 메인 주방장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어서다. 다만, 선도가 좋은 광둥 현지에서 같은 메뉴의 요리를 먹는다면 그 차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식당 입구에 각종 수상 증서가 걸린 벽이 보였다. 그래. 베이징에서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내 언젠가 진짜 광둥에 가서 진짜 광둥 요리를 먹어 볼 것이다.

#맛객 #차오저우요리 #광둥요리 #중국4대요리 #베이징최고광둥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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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러보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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