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책일페(4) 내일 안 죽으면 올게
문해 능력의 필요성 2022112토
성인들이 공부하는 문해학교 풍경은 일반 제도권의 학교와는 다르다.
우리 학교는 등하교 때 인사가 특별하다. 학교에 들어설 때는 “다녀왔습니다”라 하고 집으로 갈 때는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한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어디에 갔다가 다시 온다는 말 인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교사와 학습자 모두의 인사말을 바꿈으로써 학교는 선택적으로 오고 가는 곳이 아닌 반드시 와야 하는 곳으로 각인시킨다.
지난여름, 뜨거운 열기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기초반에서 공부를 마치고 댁으로 돌아가는 여든다섯의 어머님께 담당 선생님이 다정스레 인사를 건넨다.
“어머님 잘 다녀오시고 내일 뵈어요”, 평소 같으면 “네~선생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할 텐데 그날은 “선생님 내가 안 죽으면 올게~”하고 가신다.
그 한마디에 우리 모두는 한 참을 웃었다.
여든이 넘으면 생사를 예측할 수 없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짧다는 것을 본인도 보는 이도 모두 안다. 그래서 ‘안 죽으면 오겠다는’ 인사가 자연스레 나온다. 그 어머님은 80세에 막내딸의 손에 이끌려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 병원에서 치매 초기 증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복지관에서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글 쓰는 공부를 하면 치매를 늦출 수 있다 하여 학교에 입학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5년이 흘렀다. 그사이 치매도 없어지고 기억력이 더 좋아져 젊어지셨다. 요즘은 수업시간에 유쾌한 농담으로 학습 분위기를 환기시켜 모두를 즐겁게 한다.
2006년부터 국가는 문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가지원으로 공부할 대상자인 비문해 성인들 숫자가 많이 줄었다는 자평을 한다. 그것은 문해력을 획득해서라기보다 학습 도중에 고령 학습자들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가 지원하지 않아도 고령 학습자는 저절로 줄어든다. 그것은 교육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지원과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성인문해학습자를 위한 문해교육이 치매예방으로 사회적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서울대병원의 연구결과가 있다. 2050년까지 65세 미만 성인 비문해율을 0%로 낮출 경우 치매 발생비율이 1.62%로 감소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치매관리비용 60조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중앙일보 2017.1.3.),
문해력의 증가는 치매뿐만 아니라 세대·계층 간 소통과 사회통합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고 차별받지 않은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문해력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문해력은 단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차원을 넘어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개인의 성장,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동참하는 것으로 모든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며 동시에 권리이다.
평생학습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절실해졌으며 문해 능력에 대한 영역과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문해력은 삶의 기초가 되는 읽기, 쓰기, 셈하기를 기반으로 IT활용능력, 외국어 능력,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력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의 범위와 내용이 확대되어 누구나 잠재적 비문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문해력 획득과 활용이 필요하다. 그것은 ‘배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