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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Jun 15. 2024

흐르는 강물처럼

엄마의 독서


 고향이 수몰된 이후에도 여전히 흐르던 거니슨 강의 강물처럼, 인간의 힘과 사건들로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장엄한 자연.

 그 속에서 빅토리아는 온전히,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자연의 섭리 안에 놓여져 탄생과 죽음이라는 장엄한 큰 줄기를 몸소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리고 홀로 자연 속에서 치열하게 탄생시킨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의 이별과 재회, 수몰된 고향, 가족과의 이별 등 이 모든 재앙 같은 상실 속에서 그저 묵묵히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주었던 사랑하는 윌슨 문, 그리고 달콤한 복숭아.


 그저 당연하다는 듯 여전히 살아내지만, 뿌리까지 뽑혀진 채 다시 낯선 땅 위에 서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던 할아버지의 복숭아 나무. 하지만 모든 시간과 이야기들을 품은 채 가장 응축되어 있는 생명력을 지닌 그 탐스러운 복숭아가, 바로 주인공 빅토리아의 삶의 모습과도 같았다.

 삶의 고통과 성숙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는 경이로운 한 사람의 삶의 모습, 그리고 그 삶의 무대가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과 ‘모퉁이 없이(p. 407)’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풍요 이상의 경이로움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p. 38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도 우리 존재는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를 조심스럽게 수확하듯 신중하게 형성되는게 아니다. 끝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거둘 뿐이다.

p. 151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p. 224

윌슨 문과 사랑에 빠진 것은 내 평생 가장 진실된 행동이었다. 그런 선택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행동의 진실성이 흐려지는 건 아니다. 그럴 땐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여파를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 끔찍하든 아름답든 절망적이든 어떤 결과가 닥치든 간에 그저 최선을 다해 마주하면 된다고, 윌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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