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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Nov 20. 2024

괴물들

엄마의 독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혐오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천재 예술가들, 그리고 그 ‘괴물들’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들의 작품에도 그들의 전기처럼 ‘죄’가 있는 것인가. 여론을 통한 사회적인 매장이나 불매운동으로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가, 그러면 소비하는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인가. 누구에게는 재앙과 죄로 느껴지는 작품이, 누구에게는 천재성과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는 위대한 작품이 되고 있는 이 딜레마.

 저자는 풀기 어려운 숙제인만큼, 여러가지 관점에서 깊은 고찰과 분석을 보여주고 있었다(그 만큼 읽기 쉽지 않았다. 저자가 계속해서 외치는 ‘남성 괴물들’이란 단어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싫어하는 독자의 부류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건 모두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사랑하는 일은, 객관적인 행위가 아닌 상당히 주관적인 행위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과도 같다. 내가 사람이든 작품이든 어떠한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는, 상대가 도덕적인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도덕성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그리고 사랑은 내가 살아온 전기와 그 예술가의 전기가 만나는 관계적인 것이고, 그 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어떤 누구는 그 작품을 보고 박수를 치지만, 다른 누구는 같은 작품을 보고 분노가 담긴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작품이 관객에게 미치는 작동원리에는, 나의 전기, 나의 역사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자는, 피카소나 헤밍웨이 등 ‘외로운’ 천재들로 대리만족하는 위선적인 우리 인간의 군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천재는 재료와 조력자를 통제하는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은 완전히 상실한 사람이다.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게 고개를 숙이고 군말 없이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다.’ 이렇다고 천재가 저지른 명백한 범죄들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 대신 우리도 지니고 있는 ‘괴물’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대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쩜 그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라고 입을 틀어막지만, 사실 ‘생각’만으로는 죄라 이름 붙일 수 없다. 그 생각을 글과 그림, 음악으로 담은 의도는 죄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각과 행동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괴물적인 생각은 태어나기를 괴물 천재로 태어난 그들의 숙명, 굴레라고 말한다. 사실 그러한 ‘생각’들은 매일 우리의 일상 중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죄인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반면, 침묵할 수 밖에 없던 괴물들도 있다. 저자는 세상에서 오직 두 부류의 사람, 엄마와 어린이만은 순수하게 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괴물로 태어났어도 괴물이 될 수 없고, 설사 괴물이 되었다 할지라도 앞서 말한 권위를 지닌 괴물들과는 달리 죄의 예외성이 없는, 명백한 사회적 죄인이 되는 불후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대체 그 어디까지를, 누구를 괴물이라 할 수 있을까.

 잠깐의 취기만으로도 괴물이 된 것 같다는 느낌에 매일 밤의 반주를 끊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괴물이 될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그 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섬으로 떠나 글을 썼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기도 하였다.





 괴물은 완벽히 올바르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않다. 오히려 혐오스럽고 두렵고 역겨운 죄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정부 상태의 사랑은, 특히 ‘미’에 대한 사랑은 그러한 것이 기준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괴물의 전기가 죄인의 삶이었다 할지라도, 그의 작품을 어떻게 우리가 바라볼 수 있을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역사와 감정이 해답임을 알려주는 참으로 도전적인 작품이였다.

‘어린 시절에 나는 인간의 완전성을 믿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완벽해야 하고 나도 완벽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랑은 무정부 상태다. 혼돈이다. 우리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성이라는 차가운 기후와는 완전히 다른 기후 시스템인 감정적 논리에서 결점투성이의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한다.’


#괴물들 #클레어데더러 #을유문화사

#제제네책방 @jeje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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