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0
지은이: 클레이 키건 (Claire Keegan)
제목: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번역: 홍 한별
출판사: 다산 책방
출간연도: 2023. 11. 27
페이지: 131쪽
2021년 원문 발간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1989년 첫번째 단편 모음집 <Antarctica> 이래, <푸른 들판을 걷다, 2007>, <맡겨진 소녀, 2009> 에 이어 클레어 키건이 발간한 소설이다. 클레어 키건은 1968년 아일랜드 출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주 로욜라 대학에서 영어와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영국 웨일즈대학에서 문예창작학 석사를 이수하였다.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의 농촌과 전통적인 대가족 구조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독을 묘사하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역시 아일랜드의 부두에서 석탄을 입고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노동자 빌 펄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부인과 다섯 딸을 부양하며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빌 펄롱의 어머니는 마을에서 부유한 미망인인 미시즈 윌슨의 가정부로 일하는 미혼모로 빌 펄롱이 12세에 사고로 사망하지만, 빌 펄롱은 미시즈 윌슨의 양육 하에 성장하여 결혼과 함께 가정을 이루어 분가하게 된다.
소설의 배경인 1985년 아일랜드는 국민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가톨릭 교도와 기독교인 간의 갈등이 북아일랜드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여, 폭력 시위와 테러가 난무하던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설은 18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아일랜드의 가톨릭 수녀회가 미혼모, 고아, 가난한 여성들을 위탁한다는 명목으로 강제 수용하여 강도 높은 노동착취를 행하며,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자행했던 막달레나 세탁소라고 알려진 <막달레나 수용소>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1993년 더블린에서 155구의 여성 유해가 발견되며 세간에 알려지게 되어, 정부 조사에 의해 조직적 노동 착취의 전모가 드러나 2013년 아일랜드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안을 마련한 바 있다.
클레어 키건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통해 가톨릭 수녀회가 자행한 노동 착취라는 아일랜드 근현대사의 치욕적인 사건을 거대한 장편 대하 소설로 풀어내기 보다는 빌 펄롱이라는 특별히 가진 것 없는, 때로는 작은 이익에 흔들리지만 결국은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소시민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한 평범한 인간의 사소하지만 비범한 용기가 세상의 여러 부조리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길 원한다면 책을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