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게 누군가가 거슬릴 때
문장 처방 -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May 21. 2019
<누군가가 거슬릴 때
문장 처방>
미묘하게 누군가가 거슬리기 시작할 때.
그 일이 자꾸 생각나서 전전긍긍하게 될 때.
그 생각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받는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날 때.
스스로에게 묻도록 한다. 이 복잡한 미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가끔 ‘판단, 평가회로’가 시시때때로 작동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거슬리는 행동’ ‘말투’ ‘삶의 방식’ ‘습관’ 등 누군가의 사소한 것들이 거슬릴 때면 나의 ‘판단 회로’는 자동 작동한다.
좋아짐과 불편해짐 사이에서 안절부절이다. 내 표정에서, 내 말투에서, 내 태도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하나를 얻기는 어렵고 전부를 잃기는 쉽다. 관계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지만 허무는 데는 한순간이면 족하다. 그런 때가 있다. 사람을 잃기 좋은 때,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일인데 한없이 옹색해져 관계를 그르치는 때, 자신도 하지 못한 역지사지를 타인에게 요구하고 있는 때, 아픈 후회의 씨앗을 생각 없이 심고 있는 때.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라고.
순간 뜨끔해진다. 고개를 숙이고 ‘내 마음’에 시선을 둔다.
판단하는 내 마음, 내 감정, 내 모습을 생각한다. 그리고 관찰한다.
불안한 나, 공허한 나, 우울한 나... 바쁜 일상에 묻혀 꼭꼭 숨어버린 겹겹의 마음들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내 마음이 그랬구나’.. 알게 되니 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이 뭉근하게 풀어진다.
'힘들었겠구나’ 인정하며 마음을 달랜다.
마음을 달래는 나만의 방법은 쓰는 것.
차곡차곡 지금의 마음을 여과 없이 써 내려간다. 더없이 솔직해지는 순간이다.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스치는 펜의 감촉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내 마음을 감싼다.
그렇게 펜으로 마음을 토닥인다. 한 줄 한 줄 글이 쌓일수록 마음의 무늬가 더 선명해진다. 엉켜있던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본다. 기억과 경험, 텍스트들이 얽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