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내 시선의 주인이 될 것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 누가 뭐라든.. 제대로 보고 싶은 마음에게>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고, 읽는 자가 아니라 들여다보는 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읽은 책을 끌어 다니며 중언부언하는 자들을 멀리하려 한다. 나는 글자보다는 사람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가까운 것들을 가까이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보던 것이 겨우 보인다"

- 김훈 -







내 눈은 민감한 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년째 소프트렌즈를 착용 중이다. 하루 종일 텍스트를 봐야 하는 직업 탓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칠 때로 지친 눈이 민감해지는 건 당연하다. 일이 좀 많은 날엔 시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몸이 피곤하면 제일 먼저 눈에서 신호가 온다.

눈 주위가 지끈 거린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감기가 찾아온다. 눈에 먼지가 낀 것 마냥 이물감에 연신 눈물이 흐른다. 그날은 미세 먼지 최악의 날. 눈꺼풀이 퀭하고, 뻑뻑해 눈 깜박임도 버겁다. 수면 부족 현상이다.

어느 순간, 맨 얼굴에 렌즈를 끼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부끄럽지만 코 주위의 안경 자국 때문이다.

선명했던 검은 눈동자의 선이 흐릿하다. 렌즈 착용의 부작용이란다. 20년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이다.


평일 오전 안과를 찾았다. 대부분 어르신 들이다. 우리 몸 중 가장 먼저 노화가 일어나는 신체 부위가 눈. 노안은 40세부터 서서히 진행된단다. 난 어르신들 사이에서 혹시 모르는 노안을 걱정했다.

다행히 아직 노안 얘기는 없다. 평소 안경을 끼는 사람은 노안이 좀 더디 온단다.

평생의 불편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받는 기분.

처음으로 안과 검진을 다양하게 받았다. 여러 종류의 기계에 턱을 대고 눈의 상태를 체크했다. 내 눈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긴 처음이다. 의사 말이 내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도 더 동그랗단다. 평균치를 벗어난 정도. 동글동글 구슬 알 같은 눈동자의 완전체를 상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사를 당연하게 여기는 거의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올더스 헉슬리의 지적을 실감한다. 너무나 당연했던 감각. 본다는 것.


불편해지니 눈을 자꾸 의식한다. 본다는 것을 사유한다.

지금까지 내가 누구의 시선으로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을 판단하고 있었는가 자문하고 각성하는 시간이다. 우리 시선 속에는 알게 모르게 뿌리내린 당위, 고정관념, 관성적 생각이 뿌리 깊게 박여있음을 자각한다.

본다는 것을 사유함으로 나의 시선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보는 것의 근원을 탐구한다.


우리가 보는 원리는 이렇다. 빛이 동공을 지나 수정체를 통해 눈으로 들어와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힌다. 그러면 망막에 있는 감각 세포인 시세포에서 시각을 느끼고, 이 감각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결국 본다는 것은 눈으로 느낀 감각을 뇌가 인식하는 것.


제대로 보는 게 참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느낌, 자기 시선을 이야기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안에서 피어오르는 시각에 집중하고 그것을 포착하기보다는 세상과 타인이 주입한 시선에 안도하며 나만의 시각을 외면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눈은 지금,

인공 눈물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몇 가지 안약을 넣어주며 건강을 회복 중이다.

이는 곧 보는 것에 수월해지려는 노력이다.

보이는 것들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의미의 층위들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관찰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요즘엔 일상의 작은 것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창작의 영역에서 중요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보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진짜 시력'을 회복하려 한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다르게 보면 다른 사람이 된다. 다른 것을 만들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우리 같은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은, 관찰된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존 버거 ‘벤투의 스케치북’)


계기가 되어준 최초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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