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바싸바싹 말라 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 주기를 게을리해놓고


틀어진 모든 것을

시대 탓하지 마라

그나마 빛나는 존엄을 포기할 텐가

- 이바라기 노리코 ‘자기 감수성 정도는’ -



결국 나는 살아가는 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태도란 살아가는 방식.

때론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한 태도는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 만의 삶의 태도 안에서 개별적인 상황들을 이해하고 접근한다.

그러기에 어떤 태도는 어떤 삶을 만들어낸다.


‘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 가?’

태도를 생각한다. 사실 뭐라도 있는 양 살지만 실체는 보잘것없고 평범하다. 중요한 건 인정하는 것.

상처는 덮어두기보다는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되듯이

나의 ‘평범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할 뿐.


요즘 경계하는 건 나의 삶의 태도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태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해두자.

내가 살아봐서 좀 아는데, 내가 경험해서 좀 아는데… 하며 아는 체하지 않는 것. 그게 힘든 거다.

종종 본다. 나 이렇게 살았으니 건들지 말라는 태도, 내가 경험해봤으니 나를 따르라는 태도의 사람들을.

그들이 집요하게 강요하는 태도에 가끔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결핍보다 과잉이 늘 문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읽고 쓸수록 내 안에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그렇게 책을 읽어도 이 모양인가 싶어 자주 부끄러워진다.


바 싸바 싹 말라 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 주기를 게을리해놓고


틀어진 모든 것을

시대 탓하지 마라

그나마 빛나는 존엄을 포기할 텐가

- 이바라기 노리코 ‘자기 감수성 정도는’ -


이전엔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이룰 수 있나요’에 집착했다.

그들을 따라 하며 뭔가를 이룬 사람의 흉내를 내다보면

그들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나요?’를 관찰하고, 질문하려고 노력한다.

섣부른 ‘따라 하기’는 접어둔 채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할 뿐이다.

가끔 ‘나도 이렇게 살아요~’를 이야기하며.

그러고 보니 ‘나도 이렇게 살아요~’가 훨씬 가슴 찌릿하다. 이전엔 몰랐던 진짜 삶의 태도가 담겼다.

어떤 삶이든 고유한 사적 체험을 서로 나눠며 우린 또 다른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길어 올린다.

자꾸 누군가의 이야기에 기웃거리고, 나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쓰고 싶은 궁극의 이유일지도.


몇 년 전 인터뷰했던 고진경 씨가 떠오른다.

60 평생 전업주부로, 사회인으로 치열하게 삶의 그래프를 그리다가

드디어 ‘작가’라는 확실한 삶의 자리를 찾은 분이었다.

삶의 그래프 위에 곡선을 그리다 절정에 이르는 순간,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이야기 하나쯤 나누고 싶어 지는 법. ‘고난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삶의 이야기를 그녀는 마주 앉은 나에게 담담하게 풀어냈다.

"돌이켜보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마음의 저장고에 그녀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시간"

이기도 했다는 표현에 고개를 수없이 끄덕인다.


“때가 되면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아요.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 ‘인간 고진경’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지난 삶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온 지난 삶이었지만

아픔과 고난 가운데 지켜낸 삶은 신념이자 자신만의 보석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쓴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다는

‘그래 이만하면 잘 살아온 거야!’라며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칭찬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단다. 그동안 잘 견뎌낸 자신이 기특해서 울었고, 살면서 사이사이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 울었다.


아픔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분류하는 작업은 책 쓰기 과정이기도 했지만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삶을 통달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 편협한 생각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네가 글을 쓴다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남보다 더 가지려 하고, 남보다 더 배워야 하고,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보다’라는 기준은 대체 얼마 큼인가. 고 작가는 삶으로 터득한 행복론을 펼친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을 보면 내가 덜 가져서 불행하고, 나보다 없는 사람을 보면 가진 것이 없어질까 봐 불안하죠. 그러니 우리는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겁니다. 행복은 실체가 없고, 위치가 없으니 잡을 수가 없어요. 그저 내가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제가 터득한 방법이 이 부분이에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갖기 위해 마음 쓰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바로 그 지점에 행복이 숨어 있습니다.”

그녀는 간절히 글을 쓰고자 했던 것은 내 한풀이나 넋두리를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제껏 살면서 내가 겪었던 아픔이 결코 불행이기보다는

행복해지기 위한 소중한 과정이었음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누고픈 마음. 그 마음 하나로 충분했다.


요즘, 내 삶의 진짜 주인이 아니었던 시절을 지나

내 삶을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써내려가는 시간들이다.

어쩌면 내 삶의 지분율을 높이는 지난한 소유의 과정이라고 해 두자.

진짜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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