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oman editor May 30. 2019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편 인증이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에서 -
걸어서 일하는 카페로 향한다. 그냥 걷고 싶어 지는 오늘이다. 뾰족하게 신경이 곤두서는 날엔 무조건 걷는다.
온몸의 감각이 발로 향한다. 머리는 한결 가볍다. 한참을 걷다 보면 감지되는 텅 빈 느낌이 좋다.
비어 있는 그곳에 사람들, 풍경들로 채운다.
아침 공기가 제법 무르익을 때쯤, 코끝에 느껴지는 공기는 기분 좋을 만큼 선선했고, 햇살은 따뜻했다.
눈 앞의 시야는 선명하다. 말 그대로. 상. 쾌. 한 아침.
아파트 담벼락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신문을 펼쳐 읽고 계신 할머니에게 시선이 간다.
세상을 보듬는 온화한 표정이다. 마치 세상의 모든 아픔, 이야기를 다독이는 듯이.
엄마의 마음,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지자 한결 마음이 평온해진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공원엔 아침 산책에 나선 아주머니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싫지 않다. 그렇게 이야기라도 나누며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으면 하는 공감의 마음이다.
겹겹이 쌓인 이야기들을 울고 웃으며 쏟아 내는 아주머니들의 말. 사실 이전엔 그게 그렇게 싫었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잣대를 들어대며 '쏟아내는 말'의 가치를 저울질했다.
그냥 '난 다르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을.
꼬일 대로 꼬여 괜한 말들을 비틀었던 적이 있다.
미안함에 나직하게 속삭인다.
''그랬군요.''
그렇게 혼자 말을 꿀꺽 삼키고 걷던 길을 마저 걸었다.
코너를 돌자,
유독 빨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꽃들은 느릿한 몸짓으로 바람에 기대어 흔들렸다.
마치 아주머니들의 수다에 ‘그랬군요~’라고 공감하는 듯. 흔들리며 끼어든다.
‘그랬군요’. ‘ 그랬구나~’.
누군가의 말을 공감하고, 인정하는 추임새의 한 마디.
'자기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껴지는 그 한마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랬군요'... 이 한마디가 참 힘든 세상이다.
자기 마음이 온전히 수용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말, 행위에 ‘옳다’는 말이 참견한다.
신문 읽는 할머니, 요구르트를 배달 중인 아주머니,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주머니들, 가로수 정비로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는 아저씨들, 화난 듯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 까지도.
"그래 당신이 옳아요"라고 속삭이자 머릿속에서 엉켜있던 실타래가 자연스레 풀린다.
어긋나 있던 퍼즐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해하고, 수용하려 하니... 캄캄하기만 했던 그곳에 가느다란 빛이 스며든다.
정혜신 박사는 ‘당신이 옳다’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옳다는 말은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라고.
삶에 헐떡이며 가쁜 숨을 내쉬는 누군가에게 ‘그래 옳아요’는 목숨을 부여잡는 인공호흡 같은 것.
‘옳다’는 한마디의 힘이 이토록 크다.
‘옳다’고 인식하자 세상이 한결 편안하다.
걸으며 부족한 산소를 채우듯, 온전히 수용하며 나를 채운다. 세상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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