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을 찾아서

문장 처방 -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반지하는 한국적 공간, 영. 불 단어가 없어 자막에 애먹었다. 반지하는 분명히 지하인데 왠지 지상으로 믿고 싶어 지는 공간이다. 영화는 그곳에 가느다란 햇살이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반지하는 햇살이 든다. 하지만 잘못하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 봉준호 감독 -




'공간'을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영화에는 '반지하'라는 공간이 등장한다. 꼭 내가 서 있던 그곳이 연상됐다.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어 지는 공간.

늘 지상을 반쯤 바라보며 딱 반 정도의 욕심을 부리는 공간. 지하에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눅눅함과 힘든 그 공간에서의 몸부림.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완전히 지

하로 떨어질 것 같다는 조바심을 넘어 공포감.... 딱 그 지점, 그곳이 등장했다.


나의 지난 시간은 공간을 넘나드는 시간이었다.

경영자들을 만나며 특별한 공간에서 약간의 허세를 누릴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기도 했던.

'재벌의 공간과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은 분명 달랐다. 평소엔 마주칠 일이 없다.

지극히 평범한 난 이 미묘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이었다. 보게 되니 바라는 마음은 더 커졌다.

물론 그러던 어느 지점에 이르자 실상을 깨닫게 되었고. 내 안의 '동경', '환상'은 점점 옅어졌다.

경계의 공간을 오고 가는 일. 건물 꼭대기층 사장님 집무실이 그랬고, 호텔 라운지가 그랬다. 고급 음식점, 고급 세단,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기업의 출입금지 구역을 넘나들며 '난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저울질했다. 늘 헷갈렸고 갈등했다. 욕심냈으며 욕심만큼 괴로워했다.

할 수 있는 몇몇의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만큼 마음 한 구석은 늘 헛헛했다.

그 공간을 벗어난(생계유지를 위해 지금도 가끔 기웃거리긴 하지만)

지금은 제자리를 찾은 듯 편안하다.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길을 누린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계단 한 두 개만 오르면 들어갈 수 있는 동네 예쁜 카페에서

보통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야 있어야 할 공간에서

누려야 할 기쁨을 제대로 누린다.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진짜 내 자리,

공간을 제대로 찾아가는 과정.

그게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참....


#봉준호#기생충#공간#인생#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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