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어떤 말이 마음 속에 살아있다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습관적으로 말을 기억해두는 편이다.

어떤 말은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덕분에 꽤나 많은 말들이 마음에 쌓여있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프다.


“어머 왔어요. 그 자리 없어질 수도 있어~.”

매주 참석하는 한 모임 멤버의 낯선 얼굴, 날 선 인사에 스윽 베였다.

한 달 넘게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던 나에게 던진 첫마디.

사실 그때 난 막 유산하고 휴식기를 가진 후 참석한 첫 시.

우울감, 무기력함, 대인기피증까지 깊어질 대로 깊어져 겨우 한 발짝 띤 용기였다.

그때 그말이 들어왔다.

별거 아닌 그 말이 아직도 살아있다.


그렇다고 아픈 말만 기억하는 건 아니다.

“기자님이랑 얘기하고 나니 너무 후련해요. 덕분에 생각을 정리했어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아픈 과거의 이야기를 용기로 엮어 낸 한 주부 이자 작가의 말.

그녀가 건넨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끔 일에 지칠 때 꺼내는 말. 이 말은 내 일에 대한 의미이자 지속하게 하게 만드는 말 중의 말.


숱한 말들을 꽤나 오랫동안 기억한다. 직업 탓이다.

취재는 일종의 ‘말을 기억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말을 기억하는 습관은 오랜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레 몸에 베인 습관 같은 것이다.

물론 모든 말을 기억하는 건 아니다.

오래 기억되는 말이 있는가 하면, 금방 사라지는 말도 있다.


말이 힘들어지는 요즘 이책을 만났다.

박준 시인은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한다.”


지금 건네는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살아남아 있다는 말,

나의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말...

시인의 말을 담는다.

타인이 기억할 ‘나의 말’을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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