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May 27. 2019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경찰에게는 경찰의 방식이 있고, 어부에게는 어부의 방식이 있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
# 비 오는 날 오늘 아침, 급한 김에 택시를 잡았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아저씨의 표정에 초조한 마음이 사라진다.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운전대를 잡으며 성실하게 살아왔을 아저씨의 삶의 태도가 느껴지자 차 안에서 건네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싫지 않다.
잠시, 그저 오래 바라보고 정성스레 돌보며 시간을 살아온 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가 보내고 있는 각자의 방식을 생각한다.
# 농부는 이른 새벽, 아침 이슬이 소복소복 내려앉은 촉촉한 풀잎들을 마주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가족들의 따뜻한 한 끼를 위해 엄마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주방으로 향한다.
평생 노동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삶 속에 체화된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따뜻하고, 정겹고, 진솔한 삶의 방식들.
땀 냄새 베인 진솔한 그들의 방식이 주는 여운은 유명 작가의 그 어떤 ‘성공학’보다도 더 진한 울림이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무언가 크고 화려한 비법을 기대했다.
하지만 살면서 깨닫게 되는 건 하루하루 성실하게 땀으로 일군 시간의 힘이다.
어떤 모습이든 성실한 각자의 시간은 위대하다.
#주말 동안 충분한 일상을 보낸 후 다시 읽고 쓰기 위해 나섰다.
이른 아침 일어나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계획하며 가방을 차곡차곡 채운다.
아이 등원 시간에 맞춰 함께 집을 나섰다. 함께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들었다.
굳이 아이와 함께 가방을 드는 이유는 성실하게 시간을 채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담담하게 가방 안에 책과 노트를 담는 엄마의 표정. 아이는 그 표정을 읽으며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간다.
아침 해가 돋기 전 새벽 밭일을 위해 주섬주섬 신으셨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검정 고무장화 , 40년을 성실하게 출근하며 손에 들었던 아빠의 서류 가방, 양념으로 얼룩 졌던 엄마의 앞치마에서 삶의 방식을 배웠던 나처럼 말이다.
#오래된 소설책을 읽고 있는 지금ᆢ 누군가가 말한 ‘지금 뭔가 쓰고 있다면, 그는 소설가’라는 그 문장의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게 매일 힘써 썼던 작가의 시간을 떠올린다. 또다른 방식의 소설읽기다.
읽고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시간의 힘’을 믿으며 하루하루 여전히 읽고 쓰는 것.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매일 성실하게 쓰며 나의 시간을 경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