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
마흔의 마음을 쓰다
by roman editor Oct 10. 2019
오늘 아침, 유명 피아니스트 인터뷰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요즘 행복하십니까"라고 진행자가 질문하자,
"대체로 행복해요. 창작의 고통이 늘 힘겹지만 그건 제가 갖고 가야 할 숙명, 운명 같은 것이죠. 내게 주어진 숙명을 인정한다면 제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통스럽지만, 운명이니 받아들이겠다'는 그녀의 말 언저리에서 잠시 멈춘다.
요즘 힘든 건 제쳐두고 쉽고 편한 것만 찾아 안주하려 했던 나 자신이 불쑥 끼어든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내게 주어진 숙명을 난 얼마만큼 받아들이고 있었던가.
잠잠하던 내 안에서 수십 가지 생각들이 파열음을 내며 부서진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인가.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운 것들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한 후
얻고 싶은 것들은 욕심내려는 얄팍한 속내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엄마의 숙명, 에디터의 숙명, 창작자의 숙명, 사회인으로서의 숙명...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숙명
내게 부여된 숙명을 떠올린다.
"나를 지탱하는 건 지나온 시간들이죠. 고통스럽게든 즐겁게든 제가 통과해온 그 무수한 순간들이 페이스트리처럼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 유명 모델의 인터뷰 중에서.
주어진 시간을 한 겹 한 겹 쌓는 노력. 싫든 좋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 삶을 받아들이는 성숙.
내 삶의 숙명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진정한 어른의 몫임을 깨닫는다.
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는 삶의 아이러니, 이해불가였던 삶의 법칙이 조금은 받아들여지는 지금이다.
기꺼이 짊어지겠다는 용기도 함께.
오늘 아침, 버겁기만 했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엄마#마흔의 생각#숙명#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