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도 따르는 리더의 기술
<들어가기 전에>
늘 내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읽고 쓰고 살고 느끼는 내 삶의 일부분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진짜 나를 만든 것들, 내가 된 이야기들을 오리고 붙이고 모아 내 세계를 정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자꾸 '리더십'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회사를 이끄는 리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장인, 삶의 태도, 관점, 노력들에 감탄하며 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나'를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20여 년 넘게 그들을 만나는 일을 했음에도 난 특별한 그들은 아주 평범한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난 왜 그들이 전해 준 이야기를 모을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난 경영자가 아니니까. 장인이 아니니까. 전문가가 아니니까. 라며 나의 오늘을 만든 그 이야기는 괄호 안으로 집어넣곤 했다. 하지만 그들을 빼놓고는 '나'의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하게 됐다.
내가 서 있는 이곳, 내가 하는 일, 만나는 사람, 듣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용기내어 해보기로 했다. 구체적인 회사명, 이름 등의 타이틀은 빼고 그들이 전해 준 이야기, 그 안에 담긴 깨달음들을 '스토리 커넥터'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집은 우리의 첫 번째 우주'
-담대한 리더십, 가정의 평화로부터-
"늦둥이 둘째가 태어났는데, 존재 자체가 힐링입니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요."
20년 경영자 인터뷰 현장에서, 아이 이야기로 시작된 건 처음이다.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에서 일과 가정의 조화로 빚어진 평온함이 묻어났다.
대개의 리더들이 '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피한 시대다. 최근 들어 '워라밸'이 강조되며 취미생활로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오늘 만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었다. "퇴근 후에는 스위치를 완전히 전환해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해요." 그의 담담한 고백에서 진정성이 배어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의 말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진정한 리더십은 집에서 시작된다.' 이 단순한 진리가 가슴 깊이 울렸다.
우리는 흔히 리더십의 담대함을 전장의 용맹함에 비유한다. 하지만 오늘의 만남은 이것이 큰 오해였음을 일깨웠다. 진정한 담대함은 평화로운 항구에서 출발하는 원양항해와 같다. 가정이라는 안전한 포구가 있기에 미지의 바다로 나아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하버드의 빌 조지 교수가 '진정성 리더십'에서 말한 "위대한 리더십은 온전한 자아에서 시작된다"는 통찰이 새롭게 다가온다. 최근 맥킨지의 'Leadership in Balance' 연구는 이를 수치로 입증했다. 가정생활 만족도가 높은 경영자들의 의사결정 효율성이 27% 높았고, 그들이 이끄는 조직의 혁신 지수는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일이 전부였던 삶에서 가정 중심으로 전환하자 의사결정이 더 과감해졌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고백이나, "주 4일 정시 퇴근으로 가족과의 저녁을 되찾으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IT기업 창업자의 경험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팀 쿡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면서도 저녁 7시면 어김없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긍정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과학적 근거를 더한다. 안정된 가정생활이 자기 효능감, 낙관성, 회복탄력성, 희망으로 구성된 심리적 자본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의 종단 연구는 높은 심리적 자본을 가진 리더들이 위기 상황에서 40% 더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밝혔다.
구글의 라즐로 복이 말한 "최고의 성과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나온다"는 통찰은, 조직 문화뿐 아니라 리더 개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가정에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은 리더십의 강력한 추진력이 되는 것이다.
딜로이트의 '2024 글로벌 리더십 트렌드' 조사는 이러한 변화를 선명히 보여준다. 밀레니얼 리더의 82%가 '가정의 안정'을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의 말처럼 "집은 우리의 첫 번째 우주"이며, 리더에게 가정의 평화는 담대한 도전을 위한 발사대가 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자택일'이 아닌 '일과 가정의 선순환'이다. 가정의 평화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자본이 조직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가정의 안정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말이다.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서 '가정의 평화'를 핵심 모듈로 다뤄야 할 때가 왔다. 전략, 재무, 조직관리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마음을 지탱하는 가정의 평화야말로 모든 것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저녁, 창밖의 어스름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가정은 지금 평화로운가?" 이 질문에서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20년간 성공한 경영자들을 만나며, 나는 그들의 삶을 기록해 왔다. 매출, 성장률, 시장점유율... 숫자로 그려지는 성공의 궤적을 좇아 그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하지만 오늘 만난 그는 달랐다.
"늦둥이 둘째가 태어났는데, 존재 자체가 힐링입니다." 성공한 CEO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그동안 내가 쓴 수많은 비즈니스 용어보다 강렬하게 남았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비유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춥고 외로워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오늘 만난 그의 표정은 달랐다. 그의 미소는 따뜻했고, 말투에는 편안함이 묻어났다. 새로 태어난 아이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빛에서 성공이 반드시 차갑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았다.
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하는 편이다. 자주 한쪽으로 치우쳐져 매번 허우적대던 일상들.. 매일 밤늦게까지 글을 쓰며, 마감에 쫓기는 동안 나는 얼마나 가족들에게 가혹했던가. 기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경영자의 삶을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내 삶의 균형은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와의 인터뷰는 단순한 취재를 넘어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의 말처럼 '집은 우리의 첫 번째 우주'라면, 나는 그동안 그 우주의 중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저녁 노트북을 열고 경영자들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내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진정한 리더십은 거창한 비전이나 전략에서가 아닌, 평범한 일상의 따뜻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성공'이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다면 그건 가정이라는 작은 우주에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오늘 밤, 평소보다 일찍 노트북을 덮으며 생각한다. 단단한 성공은 차가운 정상이 아닌, 따뜻한 저녁 식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내일, 나는 새로운 관점으로 성공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다. 가정이라는 작은 우주가 품은 위대한 힘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