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통력’으로 K-기업가정신 실현하다

K-리더를 인터뷰하다-서진원 베스트슬립 대표

by roman editor

국가 대표 선수촌과 5성급 호텔에 공급하는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베스트 슬립(회사명 : 지큐브스페이스). 캐리어를 끌고 현장을 누비는 서진원 대표에게 현장은 질문이다. 회수되지 않은 미수금, 비합리적 유통구조, 무리한 고객의 요구, 사회 문제 등 현장이 던지는 날 것의 질문들은 경영 혁신의 의미, 방향, 가치, 리더의 태도가 된다. 창업가 정신,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 수면 문제 해결까지. 건강한 기업가정신으로 기업의 가치를 창조해나가는 서진원 대표이사를 베스트슬립 강남 매장에서 만났다.

editor. 김지은 Photographer. 강건호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룬 ‘기업가정신의 부활’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때. 지난 5월 14일 강남역 베스트슬립 매장에서 서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평소 이병철, 정주영 등 1세대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자주 펼쳐본다고 했다. 한국 경제 기적의 토대가 된 창업주들의 스토리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시대 창업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가치를 쌓는 것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을 건강하게 이어가는 방법일 것”이라며 신(新)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는 사이 베스트슬립의 내일, 한국 경제 미래는 ‘낙관’으로 흘렀다.

서진원 대표는 침대업계 경력 45년의 1세대 창업주(아모스)이자 부친인 서건석 회장을 이어 회사를 이끄는 2세 경영자. 그는 경영 노하우와 장인 정신을 체계적으로 전수받아 가업 승계의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은 물론 도전과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베스트슬립(회사명 : 지큐브스페이스)을 창업하고, 침대 매트리스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시켰다. 베스트슬립은 우수한 제품성을 바탕으로 5성급 호텔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촌과 대기업, 대학 기숙사 등에 꾸준히 매트리스를 납품하고 있다. 전국에 수면카페인 베스트슬립 힐링카페를 열고 수면 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 201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수면의학센터가 진행한 ‘매트리스와 수면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베스트슬립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하버드대 MBA 필수 과정인 '필드 글로벌 이머전(Field Global Immersion)' 프로젝트의 방문 기업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선정돼 한국 제품의 우수성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에 알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3년 전 회사가 어려울 때 맡으셨습니다. 어떻게 위기의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삼성물산에서 신입으로 일하던 도중 회사에 합류했어요. 당시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아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때거든요. 절박했던 시기,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거래처에 대금도 받으러 다니고 제품을 직접 배달도 하고요. 미수금 회수에 집중하던 시기 정말 다양한 경험이 쌓였어요. 다음에 오라며 회피하는 곳도 있고, 장부에 제가 수령했다는 가짜 사인이 들어가 있기도 했죠. 폐업한 곳도 있고요. 당시 쌓인 미수금이 20억 정도 있었는데 결국 수금을 포기했어요. 솔직히 포기가 아니라 선택지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아요. 그러다 가구 단지를 둘러 보니 유명 브랜드에 대하는 태도는 다른 거예요. 일단 제품력부터 올려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어려운 시기에 ‘제품 개발’에서 돌파구를 찾으신거네요. 무엇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직접 제조 현장에 거하며 기계로 매트리스 봉합하는 것부터 배웠어요. 매트리스는 봉합이 중요하거든요. 직접 배워가며 현장에서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비전공자다 보니 직접 현장에 부딪히며 공부하는 수밖에 없더군요. 백종원 대표도 식품 영양 전공은 아니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잖아요. 먹으면서 맛을 찾는 것처럼 매트리스도 마찬가지였어요. 매트리스 내부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연구하고 개발해나갔죠. 매트리스는 레이어링이 굉장히 많거든요. 폼, 스프링, 내장재 순서만 바꿔도 사용감이 달라져요. 해외 매트리스를 직접 사서 뜯어보며 비싼 제품은 이런 조합을 쓰는구나 파악했죠. 덕분에 스프링특허 포함 200건이 넘는 지적 재산권을 출원했어요.

제품력을 올린 후 시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OEM 거래량도 늘고요. 가구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만들 기회도 생겨났죠.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선수촌에 매트리스 1만 5040개를 납품했어요. 아모스 최다 매출이었죠. 그런데 OEM이다 보니 직접 계약의 주도권을 갖거나 제품을 만들기도 어렵고, 거래에서 생기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어요. 이대로는 회사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겠다 싶었죠.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2014년에 베스트슬립을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런칭 초기, 어떻게 시장에 알리기 시작하셨어요?

아무리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도 ‘판매’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신생 브랜드다 보니 불리한 상황들이 많았어요. 온라인몰에는 진입 조차 힘들었죠. 그런데 저는 자신 있었어요. 매트리스를 직접 팔아봤던 경험 덕분이에요. 당시 가구 단지에서 반품으로 들어온 재고를 중고나라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좋은 제품이라면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경험할 수 있었죠.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도 하고요. 매장이 없어 2.5톤 트럭에 제품을 싣고 손님을 직접 찾아갔어요. 해보니 성공률이 좋았어요.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강남역에 월세로 오피스텔을 구해 쇼룸처럼 고객을 초대했어요.

매장 대신 작은 쇼룸에서의 성과는 어땠나요?

당시 월세가 100만원이 넘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없이 6개월이 그냥 흘러갔죠. 그런데 600만원 썼다고 망하진 않으니까 뭐든 해보자 싶었어요. 어떻게든 손님이 찾아오게 해야겠다 싶어서 전단지도 뿌려보고, 상세페이지에 소개 문구도 넣었어요. 그러다 한 고객이 처음으로 찾아왔는데, 열심히 설득해 결국 팔았어요. 쇼룸에서 제품을 체험한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자 그때부터 직원을 뽑아 본격적으로 공간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예약 전화가 오면 제가 다른 일 하다가 직접 오피스텔에 가서 판매를 했거든요.

베스트슬립의 성장을 위해 경영자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고객이 느끼는 ‘편안함’이 최우선의 가치였어요. 고객이 느끼는 편안함은 곧 저희의 자존심이기도 하거든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매트리스를 교환해드렸어요. 실적에 연연하는 단기적 조바심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 서비스를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오래된 브랜드들이잖아요. 길게 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했습니다. 직접 CS를 하고 A/S하러 고객을 방문하기도 해요. 결국 중요한 건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저희는 매출 목표가 없어요. 대신 고객의 불만족이 1건이라도 나왔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구매 후에 마음에 안 들면 100일 내에 교체해주는 서비스도 그렇고요. 신념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실행의 끈을 놓치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혁신이라는 게 사소한 개선의 합이잖아요.

직접 CS를 하고 A/S현장에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A/S를 직접 가서 보면 매트리스는 문제없는데 수면의 질은 떨어져 있어요. 계속 못 자니까 매트리스 탓을 하는 거고요. 이러한 경험이 매트리스 제조를 넘어 ‘수면’이라는 본질에 접근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른수면연구소’를 만들게 된 이유입니다. 건강한 삶과 수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현장을 통해 깨달았죠.

바른수면연구소는 기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당연히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희 목표는 ‘세상 사람들의 숙면’이거든요. 바른수면연구소가 그런 측면에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봐요. 현재 석박사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수면 연구를 위해 저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꿈이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제 꿈은 전 세계 사람들의 숙면입니다. 어떤 시도든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으려고요. 제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건 적정 수면 3시간으로 일류의 수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에요. 큰 꿈을 품고 수면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유튜브, 책, 강연 등 ‘바른 수면’을 위한 경영자의 적극적인 소통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방법들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수면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진심에서 비롯된 활동입니다. 대외적으로도 유튜브, 책, 강연 등 대중과의 소통 채널을 확대해 바른 수면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강조하고요. 시장에서도, 조직 안에서도 일단 대화하고 이야기하다보면 길이 열리기도 하고, 갈등이 해결되곤 하잖아요. 직원들과는 34개 지점과 화상회의를 주2~3회 해요. 회의를 통해 회사가 가는 방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죠. 직접 소통이 힘들 땐 제가 직접 촬영한 메시지 영상을 공유해요. 주로 제품 설명을 직접하고 전달할 내용들을 정리한 것들입니다.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해 ‘직원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통에도 진심이시군요. 대표님의 소통철학은 무엇입니까?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건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어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더 나아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을 정돈하고, 말의 무게를 알기에 섬세하게 가다듬으려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나아가 포용하고, 안심시키는 대화는 인격적으로 무르익은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 상대와 애정이 깃든 연결감을 유지하는 것도 소통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쌓아두지 말고 즉시 소통할 것 등 실무적인 팁들도 직원들과 공유하며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배운 경영 철학이 있나요?

근면과 성실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실하게 일하는 농사꾼처럼 근면 성실을 강조하셨죠. 사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요. 할수록 일이란 게 저를 수양하는 과정이더라고요. 또 한번도 쉽게 돈을 쓰면서 회사를 키우지 않았어요. 그 점이 떳떳해요. 돈이 없을 땐 제 퇴직금을 썼고요. 1호점에서 낸 매출로 다음 매장을 냈죠. 그렇게 성실하게 걸어온 거예요. 저는 이병철, 정주영 등 1세대 창업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힘들 때마다 펼쳐봐요. 다 같은 인간인데 그분들이 하셨듯 나도 못할 건 없다고 스스로를 응원하죠.

시장 환경, 조직 운영, 자본 등 기업 경영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성과 창출을 위해 가장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수면 코호트(집단)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흡연과 폐암의 연간관계를 코호오트 연구가 밝혔듯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수면과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해 바른 수면 문화가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현재 기업 성장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품질’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매트리스 내구성 강화, 빠른 고객 응대 등 기본적인 것들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회사 규모에 비해 인재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역량 강화, 동기부여 등 맞춤형 프로그램과 자원을 제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실행해나갈 계획입니다.

대표님은 어떤 리더입니까?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플레이 코치, 실무형 리더에 가까운 편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일을 배웠고, 늘 현장에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십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 되는 리더라는 생각을 해요. 우선 실력이 압도적이어야 할 것 같고요. 그 사람의 성숙도는 생각의 관점에서 드러난다고 봐요.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이 중요한데요. 좋은 리더는 긍정적인 전제, 생각, 질문 등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슬립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최종 목표는 ‘세상 사람들의 깊은 잠을 돕는다’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수면의 질을 높이것이 기업의 비전이자 제 인생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리조나레 괌이 설계한 ‘환대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