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통의 가족’
사람의 밑바닥은 평온한 일상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직장에서, 학부모 모임에서, 동창회 등에서 다양한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간다. ‘보통의 가족’은 두 형제의 아들과 딸이 노숙자를 무차별 폭행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 불통을 통해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는 우리 안의 여러 페르소나를 돌아보게 한다. 두 달 전 영화를 봤지만 글을 쓰기 위해 한 번 더 보았다. 처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아와 가면의 간극이 가장 큰 사람은 의사인 동생(장동건)이다. 그는 뛰어난 의술과 가난한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크다. 하지만 변호사인 형(설경구)이 이룬 부(富)에 대해 돈만 좇아 범죄자를 변호한 것으로 폄훼한다. 또한 형이 젊은 떡집 아가씨(수현)와 재혼한 것에 대해서도 아내(김희애)와 뒤에서 조롱한다. 잘나가는 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동생의 아내 또한 대외적으로는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고 먼 나라의 굶주린 아이들 영상 앞에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아들의 발길질에 죽은 노숙자에 대해서는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눈먼 엄마가 된다.
형(설경구)은 부자인 살인자를 변호하며 많은 보수를 받지만, 아이 수술비가 급한 피해자 가족에게 최대한 많은 보상금이 전달되도록 한다. 그는 치매 노모를 모시는 동생 부부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고급 요양시설에 노모를 모시려 한다. 또 자기 딸과 조카가 폭행한 노숙자가 끝내 사망하자 그 노모를 몰래 찾아가 돈 봉투를 창문 너머로 넣는다. 돈 봉투에 지문이 남을까 낀 비닐장갑을 벗는 그의 표정은 울 것 같기도 하고 겁에 질린 듯 보이기도 한다. 그는 딸과 조카의 죄의식이라곤 없는 영상 속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자식 겉 낳지 속 못 낳는다는 옛말을 소름 끼치게 각인시켜 준다.
자신이 정의롭고 좋은 사람이란 자의식을 가지는 것과, 실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세상 모두가 내 자식에게 돌을 던져도 마지막 순간까지 품어주는 존재가 부모다. 사랑은 법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용인할 수 없는 범죄 앞에서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자식의 민낯을 목격한 후 형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느낀다. 그래서 딸을 자수시키려 한다. 반면에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 동생은 영악한 아들의 밑바닥을 보고도 자기 자식만은 지키려 한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너무나 야만적이다. 아들을 지키려(야 지킬 수 없는데)는 동생. 그의 행동은 부정(父情)이 아니라 극도의 이기주의로 보인다. 내 자식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그 맹목(盲目)이 형을 차로 치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 배불리 먹이고 학비 대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았다. 그 근면성과 교육열 덕분에 우리 세대는 30년 만에 세계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그 속도에 치여서일까,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자식 인성 교육은 언제나 '국영수'에 밀려 뒷전이 됐다. 자식을 좀 더 나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으면서 자식 인성 교육에는 무관심한 어른들. 그 대가는 부모나 가족만 치르는 게 아니다. 인성이 비뚤어진 아이들이 사회의 주축이 됐을 때 우리의 미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연 안온할까.
#보통의가족 #더디너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