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만 하지 마세요. 평서문으로 이야기하세요.
김 대리는 대화 실력도 쌓고 새로운 인맥도 만들 겸 인터넷을 통해 맛집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김 대리는 지인들 모임보다 오히려 새로운 모임에 가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김 대리를 오래 알던 지인들은 김 대리가 말수가 적고 사교적이지 못한 걸 알고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은 김 대리에 대한 편견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모임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김대리.
모임장: 김 대리님 안녕하세요. 모임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해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 대리: 안녕하세요. 저는 K전자에 다니고 있는 김 대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모임장: 반가워요. 모임에 참석한 느낌이 어떤가요?
김 대리: 다들 친절하시고 맛집을 잘 아시는 거 같아요. (...) 모임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모임장: 모임은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제 지인들끼리 맛집공유하는 모임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규모가 커지게 되었네요.
김 대리: 아 그렇구나.. (침묵) 지인들끼리 시작하셨군요?
모임장: 네. (...)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맛집 찾아다니기는 좀 그렇고 다양한 분들을 모임에 초대하다 보니 색다른 맛집들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이런 정보를 또 인터넷에서 나누다 보니 금세 모임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요.
김 대리: 아 네..
A양: 우와. 모임장님 대단하시네요. 인터넷으로 모임을 키우실 생각도 하시고. 저는 맛집도 좋지만 특이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특히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좋아해요. 옛날에 우즈베키스탄에 장기간 출장을 갔었던 경험이 있거든요.
모임장: 우와. 우즈베키스탄 음식은 뭐가 있나요? 딱 떠오르는 건 양고기 정도만 떠오르는데. A양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김 대리: (침묵)
A양: 김 대리님은 평소에 말수가 적은 편이신가요?
김 대리는 모임에 참석하기 전 다짐과는 다르게 대화에서 점점 소외되어 갑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모임을 가도 주목받기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고요. 왜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요?
근본적으로 김 대리가 '다른 사람의 눈을 너무 의식한다'라는 심리적인 원인이 가장 크지만 심리적인 내용은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대화 내용에서 김 대리가 소외가 될 수밖에 없는 가장은 이유 2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김 대리는 무의식적으로 모임에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상대방에 대한 질문으로만 말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하는 건 대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네'나 '아니오'로 답할 수밖에 없는 단답형 질문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왜 김 대리가 소외되는 원인인지 듣는 사람입장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모임장은 사교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긴장되는 일일 것입니다. 모임장은 처음 본 김 대리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김 대리에게 많은 스레드를 주고 있습니다. (스레드란?: https://brunch.co.kr/@kjh31102/3)
하지만 김 대리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새로운 스레드를 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만 반복하며 단답형 질문만 하고 있을 뿐이죠. 물론 김 대리는 부끄러움이 많아 주목받기 싫은 마음에 상대방에게 연달아 질문만 함으로써 주목받는 상황을 피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행동은 아마 김 대리의 무의식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한편 사교적인 A양은 모임장의 말에 호응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레드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자발적으로 던짐으로써 상대방이 말을 받아치기 쉽게 해주고 있습니다. A양 같은 사람이 모임에 있다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침묵이라는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A양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죠. 하지만 김 대리와 대화를 할 때면 항상 내가 침묵이 생길 때 그 침묵을 메꿔야 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김 대리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김 대리 입장에서는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태도가 스스로를 힘들게 합니다. 결국 김 대리 스스로가 불러온 상황이지만요.
자, 그러면 대화를 잘하기 위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평서문으로 이야기하세요.
사교적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잘 관찰해보면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루한 질문한 하는 대신 본인이 경험한 것, 새로운 이슈에 대한 본인의 생각 등 평서문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사교적인 사람들의 대화습관을 따라 하면 사람들이 더 호감을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닫힌 질문을 하지 말고 열린 질문을 하세요.
닫힌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예'나 '아니요'밖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힘들어지고요. 평서문을 쓰지 않을 거면 차라리 열린 질문을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화를 잘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 2가지에 대해서 다뤄봤습니다. 하지만 김 대리가 모임에서 조용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근본적인 이유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