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근절 이벤트
"왜 사람들이 동양인처럼 보이면 다 중국인이라고 하는거야?
12살 된 딸 아이가 씩씩 거리며 흥분한다.
"그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그런거야. 대체 얼마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있는지 모르는거지."
"길을 가다 뭔가 인종 차별적인 말을 들었는데, 그럴 땐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어."
"맞아. 그냥 가만히 있는게 낫겠지? 잘못 건들였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알게 모르게 이런 인종 차별을 당하면서 지난 11년을 살았던 것 같다. 사실 11년 내내 인종 차별을 당한 건 아니고, 간혹 잊을만 하면 그런 불편한 상황에 부딪혔다. 나 외에 여러 수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종 차별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찰나, 내가 사는 선샤인 코스트 시청에서 Harmony Day 이벤트 참여자를 모집하고, 그 이벤트를 위해 경비를 제공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모니 데이는 호주에서 다양한 인종이 하나 된다는 의미로 매년 3월 21일 열리는 국가 기념일이다. 모두가 소속감을 느낀다(Everyone belongs)는 슬로건 아래,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마침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이 조화(Harmony)이고, Harmony 데이에 하모니라고 불리는 작은 동네에서 의미있는 이벤트에 개최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귀찮았지만 긴가 민가 하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신청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약 30만원에 달하는 경비를 제공받기로 했다.
이제 인종 차별을 근절하는 티셔츠를 만들고, 행사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전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영화 티켓이나 컵 같은 작은 선물도 제공할 예정이다. 사실 3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지만, 직접 이런 용감한 한 발짝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운 만큼 이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 지 조금 버겁다. 아마도 행사가 끝나고 나면 더 기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 작은 움직임이 모여 단 몇 사람이라도 인종 차별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딸이 호주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아주 조금 덜 인종차별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제 행사 준비전까지 약 1달 반의 시간이 남았다. 오늘 직장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손수 도와주겠다고 하는 동료들이 있어 뭔가 든든해졌다.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