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 - 글의 힘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

by Haylee 지혜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글쓰기를 좋아했던 난 스포츠 조선의 명예기자가 되어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김해에서 인제대학교를 다녔고, 스포츠 조선은 서울 목동에 있어서 기차를 타고 마치 시골 쥐가 도시 쥐 구경가듯 낯선 서울을 두리번 거리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인제대학교에는 해외입양 프로그램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미국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로 입양가서 자라다 인제대학교에서 단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친부모를 찾기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또 인제대학교에 있는 재학생들은 동시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서로에게 이득이 되었다. 기자가 되었으니, 이런 특별한 프로그램을 놓칠 수 없었다. 마침 그 때가 5월이었고.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이라 우연히 캠퍼스에서 만나 알게 된 입양인 한수 이야기를 지면에 싣게 되었다. 한수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자라다, 5살쯤 노르웨이로 입양간 뒤 한국에서 친부모님을 찾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국말을 제법 잘해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았었다.


그런데 그런 한수의 기사가 나가고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어머! 이렇게나 빨리, 바로 친부모님을 찾을 수 있는거야?"


이메일엔 바로 자신이 한수의 친엄마일 수도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김해 학교로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친 엄마라고 얘기하던 그 분은 경기도 이천에 사셨는데, 주말에 김해까지 한 걸음에 내려오셨다.


"띠로리..."


물론, 그 분이 바로 한수의 친엄마였다면, 그것도 또 너무나 '기적'같은 일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분은 아들 사진과 여러가지 서류들을 챙겨서 왔었는데, 그 정보는 한수와 일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노르웨이에 보고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었고, 한수의 노르웨이 양 부모님이 그 아주머니의 소식을 듣고 그 프로그램 PD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그 PD는 노르웨이 토레(Tore på sporet)라는 꽤 유명한 다큐멘터리 기자였는데,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그는 자신이 왠지 그 아주머니의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단,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이천에서 내려온 아주머니와 인연이 닿은 나는 같이 토레의 연락을 기다리며 자주 카톡을 주고 받았다. 시간은 참 잘도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아들을 혹여나 영영 찾지 못할까바 아주머니는 지쳐갔다. 본인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강요로 소중한 아들을 입양 보낸 사실을 알게 된 아주머니의 사연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다. 입양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갈수록 철이 드는 느낌이었다. 친부모에게 태어나 자란 어찌 보면 참 평범한 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그 때 알았다. 그러고 1년이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토레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아주머니의 친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이었다. 그 아들은 노르웨이에서도 엄청 시골 산골짜기에 Feios라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연을 소개하기 위해 토레는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날아왔다. 아주머니는 토레가 평생의 인연이라며, 얼마나 고마워하고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


아주머니와 나도 깊은 인연이었는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또 경비행기를 타고, 배를 갈아타고 같이 아들이 있는 Feios에 방문했다. 한수가 김해에 인제대학교에 오고, 스포츠 조선에 기사나 나가고, 이렇게 산골짜기에 사는 아들을 Tore가 찾고, 그런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아주머니와 난 노르웨에 갔고, 모든 일들이 흩어졌다 만나는 퍼즐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며칠 전 새해가 되어 이천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안부 인사를 보냈다. 마침 아들이 한국을 방문해 함께 있다고 했다.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랫만에 다시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은 나는, 아주머니의 사연이 글을 통해 있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하며 아침부터 혼자 뿌듯함에 젖어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넌 천국에 가겠다. 세상에 태어나 한가지라도 제대로 좋은 일 했으니."라며 칭찬을 해준다.


천국에 가려고 기사를 쓴 건 아니였지만, 세상에 참 신기한 일들이 많다.


돌고 돌아 어렵게 만났지만, 아줌마와 아들이 누구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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