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꽃밭에서

by Haylee 지혜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화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꽃밭에서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어렸을 땐 몰랐다. 그냥 가사인가보다 하고 따라 불렀다.


2024년 11월 말에 엄마 아빠가 한국에서 호주로 방문하셨다.

2023년 초에 호주에서 작은 첫 집을 장만했는데, 우리가 어떤 집을 장만했는지 직접 와서 축하해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 때 우리 집에서 3개월을 함께 살았는데, 계시는 동안 아빠가 앞 뜰의 꽃들을 이쁘게 심어주셨다.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색깔도 다양하여 지나가는 이웃 사람들이 지나가며 이쁘다고 이쁘게 잘 가꾸라며 칭찬도 해주셨다.


아빠랑 같이 어떤 꽃을 심을까 고민하며 꽃을 고르고, 거름을 주며 꽃밭에서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었다.

그런 이쁜 꽃밭이...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정확히 1년만에 폐허로 변했다. 꽃들은 거의 다 죽었고, 잡초들이 곳곳에 올라와 못난 정원이 되었다.


코지랑 산책하러 갈 때마다, 이 못난 정원을 어떻게 가꿀까... 아빠가 슝하고 날아왔음 좋겠다 생각했다.


"아빠. 꽃들이 많이 죽었어. 물을 안줘서 그런가바."


"꽃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단다. 이쁘게 다시 잘 가꿔봐."


아빠의 카톡 하나에 눈물이 흘렀다. 아마 밤이라 센치해져서 그런갑다. 오늘은 토요일이이라 여유가 있어, 화단에 나가 잡초도 뽑고, 물도 듬뿍 주었다. 아직 못났지만, 처음보다는 그래도 나아졌다. 귀찮고 서투르지만 더 자주 돌봐주고 이쁘게 가꿔보아야겠다.


아빠는 세상의 모든 꽃들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특히, 아빠가 좋아하던 것은 야생화였다. 이쁜 야생화가 너무 많아 그것을 화분에 다 심고, 틀까지 맞춰 주택 한가득 꽃으로 집을 채웠던 아빠였다. 그와 반대로 꽃에 관심이 없던 엄마는 맨날 꽃에 물주기 귀찮다며 투덜 거렸던 기억이 난다.


난 꽃에 있어서 엄마 보다는 아빠를 닮은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이쁜 색깔을 피어내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꽃밭에서의 가사처럼 꽃보며 살고 싶다. 꽃처럼 이쁘고 곱게 내 삶을 가꾸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 - 글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