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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l 31. 2024

내 고향 남쪽바다...,

그리운 고향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는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이어다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오늘은 종일 가곡 '가고파'가 입가에 맴돈다.

어제 읍내 'Charity Shop'에서 발견한 예쁜 벽걸이 접시를 들고 오고서부터 이런다.

내 고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 번째 정원을 가진 곳이다.

그곳엔 나의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갈대숲 깊숙이 숨겨져 있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와 우리 동네 중간쯤 신작로를 가로지르는 기찻길이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던 내 친구들(선후배들이겠지)은

길거리에 버려진 심하게 휜 녹슨 못과 1원짜리 동전을 철로 위에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사내아이들은 초능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기찻길에 귀를 대보면

기차가 어디쯤 오는지 안다고들 하며 너도 나도 선로에 귀를 갖다 댔다.

여자애들은 한 발짝 물러난 곳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저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오면

남자아이들은 선로가 흔들린다고 난리 법석이다.

휜 못과 동전을 선로 정 중앙에 놓고는 후다닥

뒤로 물러나 엎드려 기차는 보이지도 않는데 선로를 주시하고 있다.

겁 많은 여자애는 벌써 언덕밑 논두렁으로 내려가 있다.

기차가 지나가고 동전이나 못의 주인인 남자아이들은 기찻길에 뛰어들어

자기들의 못과 동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그때 아이들을 자기 걸 찾았는지 그걸로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납작하게 갈린 못을 찾은 남자아이가

좋아라 펄쩍펄쩍 뛰며 누런 코를 옷소매로 훔치던 기억이 전부다.

내 고향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남아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차는 고가 위로 올라가 달리고 있었고,

신작로길 주변 논과 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파트 단지와 반짝반짝 빛나는 상가들이 빼곡하다.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 보려 노력하지만,

내 태가 묻혀있는 나의 옛 고향마을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고향 마을 앞 이름이 너무나도 예뻤던 '무지개 뜰'도 마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빙 둘러 있던 우리들의 놀이터 솔밭도 사라지고,

솔밭 주변 집채만 했던 고인돌 무덤도 고향의 대학 박물관 뒤로 옮겨져 버렸다.

그위엔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십수 년 전이다.

내가 살아있는 날까지,

내 기억회로에 문제가 없는 그날까지

그리워 그리워만 해야 하는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내 고향

꿈속에서만 볼 수 있는 고향 마을이 오늘은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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