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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Aug 01. 2024

Rhossili(황무지의 곶)는 서핑의 성지

황무지의 곶에서 피크닉 하기 <표지사진 출처 : pexels>

 National Trust - Rhossili and South Gower Coast

로셀리가 속해있는 가워 해안은 스완지 서쪽에 위치한 (지도의 점선 부분) 180km 면적의 작은 반도다. 1957년 영국에서 첫 번째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지역으로(AONB)' 선정되었으며, 올해로 84 주년울 맞이했다. 섬나라 영국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가진 해안이며, 아마도 여행 관련 단체나, 업계에서 주는 상이란 상은 다 받은 곳이다.

The Independent에서도 로셀리를

<영국 해변의 슈퍼모텔>로 묘사했으며, 영국 여행작가들로부터 특급 찬사와 '피크닉 하기에 가장 종은 장소 상'을 받은 곳이라기에 이번엔 김밥이랑 컵라면을 싸들고 마을이 아닌 해안 산책로를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로셀리(Rhossili)는 웨일스어로 '황무지의 곶(串)'을 의미한다. 

가워반도 서쪽 끝자락, 탁 트인 전망과 끝없는 해안선, 깎아지를 듯 웅장한 석회암 절벽 위로 긴 산책로가 이어진다. 절벽아래로 황금빛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로 인해 서퍼들과 패러글라이더들은 일 년 내내 이곳을 찾는다. 그럼에도 이 해안길은 어디 하나 사람의 손길로 다듬어진 곳이 없다.  찾는 이들이 많아도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하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 Rhossili Bay

로셀리 해변은 주차장에서 마을로 조금 걸어 올라가 길 왼쪽에 있는 성모마리아교회를 지나 해변길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길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 썰물 때는 황금빛 해변이 넓게 펼쳐지고, 물이 들어오면 모래사장을 살짝 침범해 오지만 산책할 공간을 남겨준다. 해변을 걷다 보면 1887년 이곳에서 좌초된 난파선(노르만 선박, 헬베티아호)의 잔해가 모래사장에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서퍼들과 해수욕을 즐기려는 이들이 오가는 해변 한복판에 난파선은 동물의 뼈처럼 흉물스럽고,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치우지 않고 해양 유물로 보존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그럼에도 해변은 넓고 끝없이 길기에 넉넉한 공간 확보를 하고 여유롭게 서핑을 즐긴다.

⇲ 해안로에서 바라본 로셀리 마을 전경

영국 평범한 시골 마을 전경 그대로다. 마을 주변 초지엔 양들이 풀을 뜯고 있고, 제주도의 오름정도인 얕은 언덕 위엔 고사리와 블랙베리(복분자) 나무가 지천에 깔려있다.

웨일스로 이사와 로실리와의 첫 만남은 채리티샵에서 구입한 오래된 웨일스 관련 책에서였다. <가워반도 해변 중 로셀리만의 길들여지지 않는 축복받은 장관(壯觀)은 아무 곳에도 없다.> 짧은 글이 2년 전 겨울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 줄곧 겨울이거나 초봄에 방문하고 있다. 아마도 겨울바다가 주는 묵직함과 장엄함에 매혹되어 버린 듯하다. 이곳은 정말 날것 그대로인 느낌이다. 갑갑한 시골길을 빠져나오면 탁 트인 대서양이 펼쳐진다. 체한 가슴이 순간 뻥 뚫린 듯 시원한 모습이다. 시선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굽이진 산책로가 펼쳐지고 산책로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그곳에선 검푸른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구름처럼 하얀 포말을 만들며 쇳소리를 낸다. 바닷바람은 얼음송곳처럼 차고 거칠었다.


⇲  산책로에서 만난 셰틀랜드포니

주차장을 빠져나와 해안선으로 난 길을 따라 가워반도 서쪽 끝 곶을 향해 걸어 나가다 산책로를 가로질러 절벽 끝에 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누군가 반듯하게 잘라 논 것 같은 퇴적층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나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다시 산책로를 걷다 해안길 푸른 풀밭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귀여운 조랑말(포니) 한 무리를 만났다. 몸집은 작은데 발목을 덮고 있는 긴털이 꼭 털부츠를 신고 있는 거 같아 보고 는데,  한 녀석에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온다. 녀석이 아니고, 임신한 암컷이다. 

바로 앞까지 다가와 손등에 코를 부비적 거린다. 나는 부드럽게 콧잔등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기 가졌구나, 힘들겠다. 그래, 순산해..."

한참 동안 내 손길을 받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하게 풀을 뜯으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안쓰럽다. 터질듯한 배가 몹시도 무거워 보였다.

<조랑말 품종 중 하나인 셰틀랜드포니(Shetland pony), 스코틀랜드 북부 셰틀랜드 제도가 원산지다. 어깨높이는 93-103cm로 섬 왜소화(대륙에 사는 개체보다 섬에서 사는 개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 공간과 먹이가 한정된 탓에 그곳 환경에 적응하고자 몸집이 작아지는 것으로 정한다.)의 사례 중 하나다.

머리가 크고 주둥이는 작지만 콧구멍이 뚜렷하고 귀가 고양이 귀처럼 작다. 발은 짧지만 튼튼하다. 몸의 털은 길고 촘촘하고 색깔은 보통 갈색이 많지만 때로 검은색을 띠는 것도 있다.>

 ⇲ '황무지의 곶'에는 드넓은 해바라기 밭이 있다.

영국 National Trust에서는 매년 400,000만 구루의 해바라기를 심어 이곳을 방문한 이들을 발길을 붙잡는다.

우리는 늘 해바라기의 계절을 비껴 이곳을 찾아다녔다. 언제든 마음이 동해 '로셀리 갈까?" 하고 나섰던 계절이 겨울이나 초봄이었다.

해서 해바라기 밭 소개는 대신 홈페이지로 대신하기로...

* National Trust : 역사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 또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는 자선단체


⇲  Walking in wales(웨일스 해안산책로)중 최고 하이라이트구간

이곳 해안 산책로는 Walking in Wales의 전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1,400km의 장거리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가워와 스완지만 구간의 길이는(파란색 부분) 156km로 스완지 로거에서 사우스 웨일스 포트탈벗 근처 캔피그 언덕까지 이어지는 이곳이 웨일스 해안산책로 중 최고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포트탈벗(우리 동네)을 시작으로 로셀리까지만 이라도 꼭 도전해보려 한다. 걷기 좋아하는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 세 자매가 언젠가 모여 이 길을 걸어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Rhossili bay, 영국에서 가장 서핑하기 좋은 장소

이곳 해변은 수상스포츠 천국이라는 소개가 유난히 많다. 특히 서핑의 성지라고들 한다. 해안 위치에 따라 파도 등급이 나눠진다 로실리만은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해변이다. 높은 곶이 파도와 바람을 잡아줘 노를 저어 나가기 쉽고,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 서핑 초보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해변이다. 조수에 가려진 난파선 잔해와 큰 파도가 치는 날은 급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가장 멋진 파도가 치는 해변은 Llangenith해변이다. 그곳은 피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그 어떤 것도 없기에 스릴 넘치는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들 한다.

지도 속 브로턴 베이 너머엔 자연주의자들이 자주 찾는 해변이란다.  워낙 한적해 모래사장 아무 곳에나 누워 햇살에 온몸을 태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여기저기 나체로 누워있는 누드 비치라고만 들었다.

https://www.swanseasurfing.com/


⇲ Worm's hard(바다뱀 머리) 섬

Worm's hard,  고대 영어 'wyrm, 바다뱀'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진 이 섬은 로셀리 마을 주자창을 통과해 서쪽으로 걸어 나가면 바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거북이 모습을 한(내 소견) 섬이다. 섬과 섬 주변은 거칠고 험하지만 그 거침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아름다움이 내겐 슬퍼 보이는 곳이다. 금빛 가시금작화가 무리 지어 피어있는 초원을 지나 해안 경비대까지 20-30분 정도 걸으면 로셀리 절벽에서 떨어져 나간 듯 위에 떠 있는 섬, 웜스헤드가 보인다. 만조 때본토와 단절되지만, 조수가 빠지면 걸어서 웜스헤드까지 들어갈 수 있다.

↓ 내 눈엔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

↓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이렇게 웜스헤드로 가는 길이 열린다.

물 때 방문하면 바닷길을 따라 웜스 헤드까지 걸어갈 수 있다. 웜스 헤드에서는 바위가 많은 곶 위로 좁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섬으로 향하는 길 한쪽 방조제에 누워 햇볕을 쬐는 물개나 근처 파도 속에 춤추듯 바다를 가르는 돌고래들 볼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짧으니 언덕 위 해안 경비대에 게시된 출입시간을 체크하고 들어가야 한다.


↓ 웜스 헤드로 내려가는 길

길이 가파르다. 이런 험한 길에 의지하고 오르내릴 수 있는 난간이라도 설치해 둘 만한데, 그건 자연을 훼손하고 거스르는 일이니 100년 1000년 후에도 이 모습을 유지될 거 같다.

아름다운 마음이 내린 아름다운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웨일스 출신) 시인 Dylan Thomas는 Worm's head를 '우울증의 곶'이라 묘사했다. 그는 이 섬에 들렀다 조수에 갇혀 밤을 보내야 했단다. 그 시대에 본토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으니 유약했던 그는 얼마나 우울하고 무서웠을까 싶다. 딜런 토마스뿐 아니라 여전히 시간계산 잘못해 섬에 갇힌 이들이 요즘도 더러 있다 하니 조심해야지, 우린 걸음이 느려 섬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섬이 바라보이는 곶중간쯤 가시금작화가 바람을 막아주는 장소에 앉아 싸 온 김밥을 풀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호호... 불며 라면 국물을 마셨다.

저 아래 방파제에서 검정봉지를 들고 분주히 오가며 뭔가를 줍거나 따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노래 삼아 들으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날은 런던에서 귀한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해 함께  로셀리 풍경을 감상했다. 손님에게 한국 피크닉 음식의 최고봉 김밥과 매운 라면맛을 제대로 보여줬고, 동시에 바닷바람에 얼얼한 손과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풀어 줬으니 이보다 완벽한 점심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말했다.

"완벽한 여행에 완벽한 점심이다." 진심이었을 거다.

"아직 여행을 끝나지 않았지요. 이제 그만 일어나 남은 구간을 더 걸어볼까요?

"그래요~~"


⇲ 로셀리 가는 길

  1. 자가용 :  구글님 도움을 받으면 친절히 안내해 준다. 평일엔 문제가 없지만 휴가철엔  

                     남들보다 좀 이른 시간 출발해야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

  2. 기차 여행

  - 런던 또는 카디프 출발 :  스완지까지 기차로 이동 후, 역에서  스완지 버스터미널(역과                    

                                           가까움)에서 로셀리 행 정기 운행 중인 버스(118번) 이용.

 3. 주차장 주변엔 호텔, 화장실, 방문자센터, 카페, 펍, 레스토랑 등 주요 편의시설이

     있다.    


 * 구글지도에서는 고워반도로 번역되어 나오는데, 이곳에선 가워로 발음하기에

    가워로 통일해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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