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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Aug 13. 2024

기다림

런던 히스로 공항 도착장에서



기다림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을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한국의 무더위에 힘들어하시던  

아버님이 영국으로 피서(避暑)하시러 오신다.

다행히 이곳은 한국처럼 불볕더위가 없어

여름 한철 보내시기 좋을 거 같아

 한 달 일정으로 오시지만,

 연로하신지라 장거리 비행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리움과 걱정이 뒤섞인 채 공항으로 마중을 나섰다.

도착장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익숙한 얼굴을 찾느라 목을 삐죽 내밀고는

마음도 눈동자도 분주하다.

.

안 나오시지?

비행기는 진즉 도착해

 나오실 시간은  훨씬 지났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초조마음으로 전화기만 만지작 거린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다.

한국인들이 무리 지어 나온다.

그 속에서 또 익숙한 얼굴을 찾는다.

그리웠던 이와의 만남

짧거나 긴 포옹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

모모는 저만치 나오는 백발의 노신사(백인)를

 보고 '아버지 나오신다.'라고 난리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백발은 다 비지로 보일까?

그의 그리움이 내게로 전이된다.

.

.

나도 백발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다.

.

.

.

아! 아버지다.

아버지!!!

.

우리를 발견하신

아버지 눈가가 붉어지신다.



↓ 무더위에 지치신 모든 분들  대서양의 시원한 바닷바람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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