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母國), 사전적 의미로 '주로 다른 나라에 있을 때,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이르는 말'이라 표기되었지만 나는 엄마의 나라라 말하고 싶습니다. 날 낳아주고 길러주신 엄마가 살고 있는 나라에 3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상공이 막혀 3시간을 더 하늘에 버리고 모국땅에 발을 딛고, 서둘러 엄마가 계시는 고향으로 향하는 공항버스에 몸을 실어 고향땅에 도착했답니다. 아파트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자 늦은 밤이었지만 엄마는 다 늙어 가는 딸을 애처롭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하고 들어서자 구순이신 엄마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온몸으로 딸을 반깁니다.
힘없는 두 손으로 딸의 얼굴을 감싸고는 당신의 얼굴에 비벼대시며 '어구, 내시끼, 내 새끼 왔냐.'며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그러다 금방 또 엄마 특유의 독설을 내뿜으십니다.
'영국 가더니 촌년이 다되어 왔네, 왜 그리 까맣게 탔어?'
이 말씀 또한 까맣게 타 엄마가 보기에 다소 야위어 보인(사실 긴 비행으로 피곤해서 야위어 보였을 뿐) 늙은 딸내미가 안타까워하신 말씀이란 걸 알기에 애써 못 들은 척합니다.
3주를 엄마 곁에 누워 엄마 손을 잡고,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들숨 날숨 소리 들으며 잠깐 숨소리가 끊기면 엄마등을 토닥이기도 하고, 잠결에도 서로를 확인하듯 얼굴을 만지며 그렇게 껌딱지처럼 엄마 곁에 붙어있다 왔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와 만나는 순간도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부산에 사는 여동생 가족, 이제 막 태어난 조카 손주도 보고 왔답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 저출산에 따른 출산독려 공영 광고가 낯설었습니다.
내가 자라던 시대엔 '둘만 낳아 잘 키우자며 둘도 많다던 시대였는데, 판도가 바뀐 광고가 TV에 자주 등장해 다소 놀랐지만 절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언니와 함께 다녀온 시골 장터 구경도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국화빵도 맛있었고요.
다슬기 수제비는 일품이었지요.
그곳에서 만난 똥강아지들입니다.
한 배에서 나온 강아지들이 바구니 한가득입니다.
시골 할머니가 혼자 키우기에 너무 버거우니 그냥 가져가라고 들고 나오셨네요.
시골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똥강아지들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엄마와 형제자매와 영국의 가족들 사이를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엄마의 똥강아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