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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서 배운 사랑의 방식

런던에서 여름 보내기 1

by 봄이

지난 주말, 딸아이가 웨일스에 살고있는 우리를 런던으로 초대했다.

딸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어느새 내 손은 배추를 고르고, 김을 굽고, 슈퍼에서 제일 좋은 수박과 멜론을 고르고 있었다.
런던에 과일이 없겠냐마는, 괜히 마음이 그렇게 시킨다.
‘우리 딸 이거 좋아하는데’ 하며 아이스박스에 이것저것 꾹꾹 눌러 담다 보니,

차 트렁크가 어느새 한가득이다.
그래, 이게 부모 마음이겠지.

그렇게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딸아이에게 간다.
먹을 걸 보고 좋아하는 얼굴만 봐도, 마음 한켠이 환해지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그 미소 끝에 엄마가 떠오른다.

자식들 먹일 거라면 산 넘고 물 건너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분,
이제는 90이 넘으셔서 집 밖 외출조차 어렵다. 아니, 못하신다.
아파트 안에서는 나름 잘 지내시지만, 멀리 있는 나는 늘 마음이 무겁다.
밤이 되면 엄마 생각에 뒤척이다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괜히 이렇게 멀리 떠나왔나, 엄마 곁을 이렇게 오래 비워도 괜찮은 걸까?
속이 상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해진다.


이제 와 돌이킬 수는 없지만,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엄마로,

또 누군가의 딸로 살아간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사랑은 그렇게 이어진다.

배추김치 한 통, 김 한 장, 수박 하나, 별것 아닌 것들이 마음이 되고,

사랑이 되어 오늘도 트렁크 한가득 채워져 누군가의 문 앞에 도착한다.

누구는 짐이라 하고, 누구는 과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그저 익숙한 방식이다.
받았던 만큼, 이제는 나도 전하고 싶을 뿐이다.

말 한마디보다 진하게 전해지는 마음
그게 사랑이란 걸,
엄마를 통해 배웠고
이제는 내가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음화는 템즈강 트레일 코스(Thames Path)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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