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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Dec 02. 2023

유모차 앞에 두고 끽연이라니,

한국에서는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나라

아침 햇살이 따습게 읍내 쇼핑몰 지붕에 내려앉을 시간,  이곳 아기 엄마들이 하나 둘 유모차를 끌고 우리 읍내에서 가장 핫한(?) 장소인 쇼핑몰로 모여든다. 엄마들은 쇼핑몰 입구 작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운다. 끌고 온 유모차를 안쪽에 몰아놓고 빙 둘러 한참 동안 수다와 끽연을 즐기다 쇼핑몰로 들어간다. 아마 쇼핑몰 안은 금연구역인지라 밖에서 피고 들어가는 거 같다. 그네들 주위엔 유모차 속  아기뿐 아닌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고만 고만한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거나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지만, 그들 중 누구 하나 아이들이 자신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 아니 그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듯하다. 그 속엔 자식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듯한 할머니도 한둘 끽연에 동참한다.


우리네 한국 엄마들, 이런 그림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 거리고 울화통 터질 일이다.  꼭 유모차 부대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쇼핑 나온  부모들도 아이들 코앞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걸 보는 건 일상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담배나 술 등 개인의 기호품에 대해 가타부타 딴지를 걸 수 있단 말인가? 흡연은 흡연자 본인의 선택으로 내가 좋아 피우고 즐긴다는데,  담배를 피우든 술을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뭔 문제냐 싶지만, 그들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담배 연기를 마시는 아이들은 아무런 선택권 없이 부모의 흡연으로 아기 때부터 담배연기를 들여 마시고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 안타까운 마음 또한 마음뿐 이고,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기에 그냥 씁쓸한 가슴만 부여잡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선 저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버리는구나 싶다가도 그들 앞유모차 속, 혹은 사진처럼 철들어 가는 아이들 코앞에서 저렇게 담배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조국, 특히 한국엄마들은 자녀들 앞에 놓인 문제, 특히 자녀들의 안전과 건강에 관한 한 무슨 일이든 해결해 내고, 항거하며 살아가는 의지는 이 세상 어느 나라 엄마도 흉내 내지 못할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저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곳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이런 일상에, 그저  여리디 여린 가슴팍을 가진  아기들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혹여 만에 하나 우리 읍내 주민 중 누구라도 나서서 '제발!! 아이들 앞에서 흡연은 삼갑시다.'라는 캠페인 하나 해줬음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해본다. 오죽하면 이런 상상을  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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