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친구랑 같이 치맥을 먹으면서 20대의 마지막인 25년을 어떻게 살지 토론을 했다.
친구의 성향은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하고 잠잠하게 주말을 만끽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와 달리 난 여기저기 다니거나, 이것저것 체력이 되는 선에선 닥치고 하는 타입이다.
이렇게 상극인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친구는 올해는 자격증 공부하는 모임이나, 관련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어쩌면 조금은 자신의 커리어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장의 커리어와는 연관이 깊지 않은 활동들을 하는 편이다.
친구는 한 직장에서 쭉 다녔고, 난 벌써 3번째 직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재 내가하고 있는 직무와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친구의 질문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활동적인 건 좋은데 이제는 내 업과 유사한 일들을 위주로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전 같았으면, 그냥 하는 거지! 걍 닥치는 대로 하는 거야! 라는 패기 있는 반응을 보였겠지만, 이제는 일정 부분은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난 딱히 정해진 취미가 없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면 가장 힘든 질문이 "취미가 뭐예요?"다.
매년, 매월 나의 취미는 바뀌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난 취미 수집러이다.
꾸준함 보단 "이거 재밌겟는데?" 호기심의 연속된 시작이다.
한때 커피를 끊기 위해 찻집을 다니면서 다도 라는 것에 미쳐 주에 1번씩은 항상 갔던 것 같았다.
23년도엔 직장 동료분과 같이 내 몸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권투 학원에 다니기도 했었다.
최근엔 회사 밴드 동호회에서 연주 공연을 봤는데 "저 무대에서 노래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보컬 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집에서 굴러다니는 태블릿의 성능을 확장하기 위해 디지털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도 예약했다.
(*무료라서)
이런 취미가 있는가 하면, 지금처럼 매주 글로움(*글쓰기 모임)에 나와 글을 쓰거나, 글에 쓸 소스를 찾기
위한 독서, 이를 정리해 SNS(*브런치,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 또한 취미의 일종일 수도 있겠다.
이런 게 뭐 하나 통일된 감이 없는 단순 호기심과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시작하는 내 행동이 이제는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질문은 무차별 취미 수집의 정지 버튼을 눌러주었다.
그래서 친구처럼 나의 미래와 커리어와 연관된 조금은 거시적인 입장에서의 취미나 활동들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이런 관점에선 난 참 미시적인 인간이다.
취미라는 행위를 넓게 보지 않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결정하는 미시 인간.
올해는 수집된 나의 취미들을 하나씩 좀 뜯어 봐야겠다.
우리가 이사 갈 때처럼 예전에 엄마가 사준 큰 아비가일 패턴이 들어간 체크 남방을 헌 옷 수거함으로 기부했던 것처럼.
20대는 그래도 시간이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내가 만약 돈이 많아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취미 수집을 계속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라는 신분에선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너무 미시적 접근의 취미는 당분간 접어두고, 다시 현생을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