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에 아름다웠던 것

by 태화강 올챙이


오늘도 뛴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봉오리가 하나, 둘 맺힌다.


오늘도 뛴다.

봉오리가 점점 열리고

흰색, 분홍색 이젠 색을 띠고 있다.

거리가 조금 밝아졌다.


오늘도 뛴다.

이젠 거리가 화사해졌다.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내가 뛸 공간은 적어졌다.


오늘도 뛴다.

벚꽃이 흩날려 떨어지고 있다.

빠짐없이 눈에 계속 담는다.

어느 순간 하늘을 보면서 달리고 있다.


오늘도 뛴다.

벚꽃이 하늘보다 바닥에 많아졌다.

꽃은 계속 지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바닥을 보며 달렸다.


오늘은 걸었다.

이제 나무에 벚꽃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이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천천히 눈에 담았다.

왜 이렇게 봄은 짧을까.

한탄스럽다.


오늘도 뛴다.

나뭇가지엔 초록색 잎이 절반 이상을 덮었다.

화사했던 거리는 점점 생기 있게 변했다.

오히려 뛰기엔 지금이 더 좋다.


오늘도 뛴다.

거리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선선했던 바람은 시원해지고

따스했던 공기는 따뜻해졌다.

여름이 오는구나 싶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짧은 봄이기에

아쉽기도, 그립기도 한다.

그래서 아름다웠지 않았을까


짧았던 만남도

짧았던 생활도

짧았던 시간도

짧았던 계절도


그 한 때가 너무 아쉬운 나머지

그때에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을 보며

아쉬운 나머지 바닥을 보며 달렸을 때처럼


그리고 다시 하늘을 보면

벚꽃은 전부 지고 나무는 초록색으로 변해있다.

벚꽃이 떨어진 자리엔 새로운 풀이 자라나고

거리는 온통 초록색으로 생기를 뿜어낸다.

긴 여름의 시작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렇게 여름을 느끼면

봄의 한 때를 서서히 잊게 된다.

그러곤 여름에 적응하고, 현재를 살아간다.

지금 보는 나무가 원래는 분홍색을 띠고 있는지도 모르게

그래서 지금의 봄이, 벚꽃이 서서히 지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