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계획 속의 또 다른 기회
근래 팀장님이 최종적으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아직은 보안이라는 영역과 컨설팅에 대한 경험이 많이 부족해 더욱 깊게 배워야 하는 입장이었다.
1년, 2년, 3년이 지난다면 꽤 좋은 회사로의 이직이 쉬워졌다.
회사의 부당한 직무 전환에도 묵묵히 버텼던 것이 팀장님과의 업무를 같이 할 수 있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5월까진 남아 있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가신다고 하니 나한테도 1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 사정으로 영업의 일까지 떠맡게 되었다.
너무나 화가 나 업무 분장에 대한 부당함을 본부장님에게 면담을 통해 전달했지만, 어영부영 회피하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점점 영업의 일을 하게 될 미래가 그려졌다.
난 기술로 들어왔고,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느끼면서 기술에 대한 역량을 쌓기 위함 배고픔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원급에 발언도 의사도 전달되지 않는 말단 직원의 월급쟁이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직을 위해 지원한 회사들에선 불합격 통보만 계속 받고 있었다.
기업의 규모가 중견이라는 것과 그룹사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나의 이력과 경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현재 회사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4번의 직무가 변경되었고, 전부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업무를 맡아서 커리어가 제대로 꼬이기도 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이 회사에 지원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또 다른 기회가 생기다.
현재 내가 하는 메인 업무는 정보보호 컨설팅에서 기업의 정책과 지침에 대한 재개정 및 개인정보취급에 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다른 보안 업체와 같이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플랫폼 개발 초기 기획을 맡고 있다.
거기서 같이 업무 하는 제품 기획부의 부장님과 합이 잘 맞아서 꽤나 친하게 지냈다.
그분이 나에게 다른 회사로의 오퍼를 줬었다.
메인 업무는 제품 기획이며, 보안과 AI를 결합해 새로운 패키징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리와 현재 기업에서 받는 처우보다 높게 쳐서 준다는 조건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 한다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고정적인 매출이 있어서 괜찮았다.)
중소기업이라고 하지만 레퍼런스가 너무 좋았고 특히나 AI 전문 기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난 오퍼를 승낙했고, 1주일이 지나고 오퍼가 취소되었다.
결론은 그쪽 대표님과 나한테 오퍼를 준 부장님 사이에 회사 지분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어 쫑이 난 것이었다.
이미 현 회사에 마음이 뜬 시점에서 오퍼가 취소되고 다시 버텨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도 계속 버텨 보았다.
시간이 지나고 저번 주에 팀장님도 다른 회사의 대표와 이야기가 끝나서 나랑 같이 가는 게 어떠냐는 오퍼를 받았다.
그 회사는 이전에 나한테 오퍼를 줬던 부장이 제안했던 회사였다. (*AI 회사)
팀장님은 그쪽 회사의 이사 대우로 가는 것이고 컨설팅을 포함해 기획(제품과 전략 그 사이)도 겸한다고 하셨다.
그러던 중 나한테 처음으로 오퍼를 했던 부장이 연락이 오고 현재 회사에 컨설팅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한번 고려해 보라는 전화였다.
나에겐 총 3개의 선택지가 생겼다.
1. 현재 회사에 남아서 계속 이직을 노리는 것.
2. 팀장님과 함께 AI 회사로 이직.
3. 부장님의 현 직장의 컨설팅팀으로 이직.
그래서 요즘 업무도 업무지만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나름 사회생활을 했지만(*곧 4년 차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렇게 선택하기 힘든 순간은 처음이었다.
회사의 규모와 이미지냐, 내가 진정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냐, 같이 일하는 사람과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냐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지만 모두가 다른 시각과 의견을 줘서 선택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들에겐 당연히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줬기 때문이다.
처음 오퍼가 펑 났을 땐 실망감과 내가 그렇게 능력이 없어서 이리저리 휘둘리나 싶었다.
너무 깊게 고민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다그치고 내려치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생각을 최대한 비우려고 노력했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도록 했다.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되어서 조금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과 여유를 찾아서 이렇게 브런치에 김사원의 고민과 걱정을 끄적였다.
요즘은 오히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내가 정말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험과 어떤 실무에도 보통은 하다 보니 이런저런 제안이 오는 거라고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다.
10년이 지나 현재를 돌이켜 봤을 때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